봄이 왔다.
겨울 내내 봄을 기다렸기에 봄에 올라 탈 수 밖에 없다.
봄아 달려라 달려.
물만 마셔도 마음이 설렌다.
밖을 나서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니 얼굴도 봄처럼 예뻐진다.
야외에서 식사하기 딱 좋은 주말, 남편 손을 잡고 과천 현대미술관으로 간다.
숲 속 테라스에 앉아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미술관 안에 있는 라운지 D.
커피, 파스타, 리조또, 피자를 파는 카페테리아다.
실내는 구내식당처럼 약간 어두컴컴하지만 상관없다.
우린 항상 야외에서 먹으니까.
야외 테이블 주변은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파스타 맛도 괜찮다(다른 메뉴는 노 코멘트. 커피 맛도 노 코멘트).
과천대공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어도 좋다.
이번에 갔더니 카페가 리모델링을 해서 산뜻하게 바뀌었다.
내부가 환해졌고 좌석 배치도 넓어졌다.
야외 테라스는 아직 운영을 안 한다.
이런.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파스타는 여전히 먹을 만하고 다른 음식은 역시 노 코멘트.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회를 하고 있다. 2천원이다.
익숙한 김환기와 유영국부터 생소한 전성우와 변영원 작품까지.
작품 수도, 마음에 드는 작품도 많다.
강렬한 색감과 다양한 구도.
1920년대부터 1970년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가들은 일본의 식민지 통치부터 한국 전쟁까지 고통스럽던 시절을 살아내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대에 예술을 한다는 건 현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을 거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붓을 들었을까?
어느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거실에 놓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지 서로 물으며 천천히 둘러본다.
관객이 적어 관람이 편안하다.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 복원과 관련한 특별 전시회도 진행중이다(용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트에 가면 다양한 작품을 실컷 볼 수 있다).
3층과 4층에는 실내 정원과 옥상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여기 저기 쿠션이 놓여 있어 아무렇게나 앉아 쉴 수 있다.
책도 전시되어 있어 원하는 책을 골라 읽는 척 하며 꾸벅꾸벅 졸아도 된다.
1층 야외 조각공원도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5살 조카 찬율이가 좋아하는 노란 호박(쿠사마 야오이)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하는 사람(조나단 브로프스키)도 있다.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공원을 거닐다보면 곁에 있는 사람이 점점 사랑스러워진다.
썸을 타고 있는 관계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햇살은 내리쬐고, 배는 부르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미술관 가기 좋은 봄이다.
이 계절, 놓치지 말자.
언제나 ‘새로움’이란 진실하고 영원한 우주에서 발견창조되었었다.
우리들은 창조의 철학을 고수하여 오로지 현대미술의 창조탐구에 투철할 것을 서약하고 아래와 같이 이념을 선언한다.
1. 우리들은 민족미술의 창조적 전통성을 계승한다.
2. 우리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창조탐구에 전념한다.
3. 우리들은 현대미술의 생활화에 직접행동 한다.
1957.6. 신조형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