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동안, 대학교 1학년 때를 제외하고는(5kg가 더 쪘다), 한결같은 체중을 유지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 한 번도 살 찔 걸 염려해 망설인 적이 없었다.
케이크 한 판도 혼자 다 먹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해 반만 먹을 뿐이었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도 마찬가지.
운동을 해도 하지 않아도, 식사량을 늘려도 늘리지 않아도 몸무게는 늘 동일했다.
엄마는 표준 몸무게를 들이대며 너는 10kg는 더 쪄야 된다고 잔소리를 했다.
대학생 때부터 몸에 잘 맞는 옷만 골라 입었다. 운동복이나 티셔츠도 헐렁한 건 입지 않았다.
몸무게는 변함없으니까. 평생 날씬할 테니까.
올 여름, 새로 꺼낸 치마를 입으려 하는데 지퍼를 올리는 게 힘겹다.
지퍼가 망가졌나? 옷이 작아졌나? 원인은 배 둘레살 때문이었다.
그 옷이 신축성이 없고 다른 옷에 비해 꽉 붙는 치마라 그제야 뱃살이 느껴진 거였다.
헬스장에서 체중을 쟀다. 2kg가 쪘다.
몸을 살펴보니 순수하게 뱃살 무게만 2kg가 더해졌다.
의아했다. 예전보다 식사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운동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닌데.
신축성 없는 다른 여름 치마도 입어보았다.
꽉 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배꼽 양 옆으로 빨간 자국이 일자로 새겨져 있었다.
옷이 적절하게 몸을 감싸주어야 하는데 배에 압박이 느껴지니 불편했다.
옷장 다 바꾸게 생겼다.
비싼 옷을 새로 사느니 뱃살 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살 빼는 게 뭐가 어렵겠어. 2kg만 빼면 되는데.
먹는 양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뱃살을 빼겠다는 남편을 따라 밤마다 1시간씩 걷기 시작했다.
오후에 헬스장을 가니 운동은 충분했지만 덤으로 산책을 얹은 거였다.
한달을 걸었지만 뱃살은 그대로다.
이게 무슨 일이지? 몸에 이상이 있나?
도서관에서 호르몬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다.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그런 거라고 했다.
예전에는 먹고 싶은 걸 맘껏 먹어도 몸이 금세 분해했지만 이젠 먹는 속도가 분해 속도를 능가한다고.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어젯밤에 산책을 마치고 오니 배가 고팠다.
집에 간식은 충분했다.
선물 받은 쿠키와 젤리. 냉장고에는 시어머님이 직접 만드신 딸기잼과 두툼한 버터식빵이 있었다. 각종 치즈도 있었다.
달콤하고 황홀한 모든 디저트를 물리치고 화이트 와인 한 잔만 마셨다.
뱃살은 나이를 이길 수 없지만 정신으로 충동적인 욕구는 다스릴 수는 있다. 아직까지는.
밥만 먹어도 살찐다는 엄마 탄식이 귓가에 맴돈다.
맛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세상에서 살 빼는 게 제일 어렵다는 엄마 말에 이제야 맞장구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엄마, 엄마가 운동을 제대로 안 해서 살이 안 빠지는 거라고 구박해서 미안해.
나이를 먹어보니 부모님 말 틀린 게 거의 없다.
몸의 변화를 알아차릴 때마다 삶에 겸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