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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l 18. 2024

몇 번의 여름성경학교를 함께 할 수 있을까?


어김없이 돌아왔다. 여름성경학교. 

시간과 체력을 흠뻑 쏟아야 하는 행사다. 

보통 아이들 방학에 맞춰 시작한다. 

우리 교회 학교는 영아부, 유치부, 유년부, 초등부, 소년부, 중등부, 고등부로 나눠져 있다. 

나는 유년부 교사고 2학년 아이들을 맡고 있다. 


올해 유년부는 일찍 성경학교를 개최했다. 

여름성경학교는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다. 

선생님들은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 

교재연구를 위한 교육을 듣고, 공과를 시연하고, 공동체 활동을 짜고, 율동을 외우고, 예배당을 꾸미고, 티셔츠를 맞추고, 역할을 배분하고, 초대장을 만들고, 식사 메뉴와 간식을 정하고, 보조 스텝을 모집하고. 

매주 해야 할 일이 끝도 없었다. 


여름성경학교는 금요일 오후에 시작됐다. 

아이들 얼굴에 기대가 가득하다. 

여름성경학교 티셔츠도 빼먹지 않고 입고 왔다. 내일 하루만 입어도 되는데. 

매주 출석률 1위를 달리는 우리 반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친구까지 데려 왔다. 

내게 배정된 보조 선생님이 회사 일로 야근을 하게 되어 금요일은 나 혼자 아이들을 감당해야 했다. 

12명의 아이들은 흥분에 들떠 있었다.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 마음은 완전히 풀어졌다.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인 나를 만만하게 여겼기에 저녁시간은 환상적으로 난리법석이었다. 

아이들의 소란을 지켜보다 엄숙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애들아 장난치지 마.”

그러자 웅희가 나를 힐끗 보더니 대꾸했다.


“원래 얘들 특징이 장난치는 거예요.”


그래. 그 말이 맞지.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아이의 현명함에 감탄하며 나는 묵묵히 바닥에 떨어진 반찬을 주웠다. 


토요일에는 4코스로 진행되는 공동체 활동이 있었다. 성경학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마지막 코스에서 선생님들이 쏘는 물총을 맞으며 비명을 질렀다. 

물총을 더 쏴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우리 반은 4팀에 배정되었는데 3승 1패를 기록했다. 작년과 같은 성적이었다. 

상품은 젤리와 멘토스. 사탕으로 주머니가 불룩해진 아이들이 내게 뛰어오며 소리쳤다.

“선생님, 저 멘토스 여섯 개나 모았어요.” 

사탕 하나에 울고 웃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유년부 교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3학년만 되도 시시하다고 여길텐데. 


토요일 저녁 식사 메뉴는 짜장밥이었다. 

짜장을 통째로 밥에 넣고 비비는 아이, 한 숟가락씩 떠먹는 아이, 조금씩 밥에 비벼먹는 아이 등 먹는 방법은 다양했다. 

검은색 윤기가 흐르는 짜장이 아이들 손과 입, 티셔츠 여기저기에 묻는 건 동일했다. 

반찬은 떡볶이, 탕수육, 깍두기, 오렌지였다. 

아이들마다 자신만의 기호가 확실했기에 도시락마다 남겨진 반찬도 확실했다. 


저녁 예배 시간에 찬양을 부르는 아이들 목소리가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예배당에 가득 찬 아이들을 보며 이 시대의 마지막 황금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니 수백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6년째 유년부 교사를 하고 있는데 유치부에서 올라오는 아이들이 줄고 있다. 

예전에는 200명이 훌쩍 넘었는데 지금은 50명이 줄어들었다. 


우리교회는 아이와 청년이 많다. 

아이들이 워낙 많아 귀한 줄 몰랐다. 

예배당이 꽉꽉 차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소중하다.

내게 남은 여름성경학교는 몇 번이나 될까? 

목은 다 쉬어버렸지만,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마음은 기쁘다. 

아이들 머릿속에 여름성경학교의 한 장면이라도 기억에 남으면 좋겠다. 

어릴 적 여름성경학교를 떠올리며 ‘그때 참 좋았지’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 한명이라도 그 마음에 씨앗이 심긴다면 함께 한 선생님들 50명의 헌신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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