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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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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ug 19. 2024

3월


* 경칩 


새벽 5시. 교회에 가려고 길을 나선다.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도 모습을 감췄다. 비가 오려나보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나는 시기다. 잠에서 깬 개구리가 연못이나 웅덩이에 알을 잔뜩 뿌릴 거다. 

음치라 하더라도 개굴개굴 정성을 다해 노래를 부를 거다. 더 이상 봄을 막을 수 없다.         


 

* 냉이 

노지 냉이가 나왔다. 쌉쌀한 향이 매력적인 채소다. 냉이는 뿌리와 잎을 다 사용한다. 

냉이를 흐르는 물로 잘 씻은 후 칼로 뿌리를 살살 긁어 잔털과 나머지 흙을 제거한다. 다시 물로 가볍게 여러 번 씻는다. 

냉이무침이나 냉이국을 먹을 때마다 봄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향긋하고 진한 봄 향기가 온 몸에 퍼진다. 

쑥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들판에서 쑥을 잔뜩 캐오면 엄마는 쑥버무리를 만들어 주었다. 

봄마다 냉이국과 쑥버무리를 먹고 자란 어린이는 봄마다 야생초를 다듬는 어른이 되었다.      


    

* 꽃샘추위  


산수유가 피어난다. 철쭉도 자주빛 꽃망울을 내밀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먼저 피어버린 벚꽃 잎도 있다. 

꽃들이 기지개를 펴려 하자 제 갈 길 가던 겨울은 샘이 났다. 되돌아와 찬바람을 후후 분다. 

강원도는 깜짝 놀라 와르르 눈이 쏟아졌다. 경기도도 세찬 바람을 막지 못하고 흔들린다. 

봄과 겨울의 최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봄이 이겼다. 

올해도 그러겠지만 겨울이 완전히 나가떨어질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꽃들도 다시 코트 깃을 세웠다. 모두 봄을 응원하고 있다. 힘내라.           



* 레몬  


봄은 레몬의 계절이다. 레몬 색을 띈 산수유와 개나리는 맛도 상큼할 것 같다. 

햇살은 레몬 색으로 빛난다. 냉장고에서 레몬을 꺼내 반으로 자른다. 

야채와 과일을 담은 그릇 위에 레몬 조각을 손으로 꾹 눌러 즙을 낸다. 

맹맹한 과일도 레몬이 닿으면 맛이 살아난다. 텀블러에도 즙을 짜 넣는다. 

다 쓴 레몬 조각으로 나무 도마를 쓱쓱 문지른다. 샬균 효과가 있다. 

레몬하면 자동으로 비타민C가 떠오른다. 광고를 많이 봐서 그렇다. 

레몬 100g에는 비타민C가 53mg 들어있다. 레몬보다 비타민 함유량이 많은 과일도 여럿이다. 

딸기에는 60ml, 피망 80ml, 키위 90ml, 고추 109mg, 케일은 120mg이 들어있다. 

텀블러를 손에 들고 산책을 나선다. 레몬수를 마시며 안양천을 걷는다. 

마음이 레몬처럼 통통 튀어 오른다. 레몬 색과 향으로 가득한 3월. 

레몬처럼 상큼하게 웃으며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 허브  

봄이 오면 온라인 슈퍼에서 파는 허브 종류가 늘어난다. 가격도 저렴해진다. 

파슬리, 타임. 처빌, 차이브, 세이지, 딜, 로즈마리, 바질, 민트, 고수. 이름만 들어도 향긋하다. 

샐러드에 허브를 넣으면 맛이 깊어진다. 

사과, 딸기, 당근, 토마토, 아보카도를 깍둑썰기한 후 볼에 담는다. 고수 잎을 잘게 다져 과일과 섞는다. 레몬 반 개를 꾹 짜서 뿌리면 샐러드 완성. 

고수 대신 민트를 다져 넣기도 한다. 로즈마리나 타임 잎은 뜨거운 물에 우려 차로 마시면 좋다. 

허브 화분 선물하기 좋은 계절이다.           



* 대저토마토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은 토마토로 유명한 동네다. 이 지역 토양은 염분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한다. 

땅 속 영양분을 흡수한 대저 토마토는 과육이 단단하고 짭짤한 맛이 나기에 짭짤이 토마토로 불린다. 

빨갛게 익을수록 설탕을 뿌린 듯 단맛도 진해진다. 

제철은 3월에서 5월인데 체감상 그보다 짧은 것 같다. 살까 말까 고민하면 시기를 놓친다. 

온라인 마켓에 나오면 박스로 주문한다. 초록색 토마토가 도착한다. 다음날부터 하나둘 익기 시작한다. 

대저동에서 생산하지 않은 토마토도 대저 토마토로 표기해 파는 경우가 있다. 

대저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한번 맛보면 매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 꽃단장  


매화가 활짝 피었다. 목련과 개나리도 하나둘 눈을 뜬다. 나무는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는다. 

집 안 식물들도 칙칙한 잎은 떨어뜨리고 반들반들한 새잎을 꺼내 놓는다. 

하늘은 깨끗하다. 구름도 세탁을 마쳤다. 

봄이 왔다고 다들 꽃단장 중이다. 화사해지는 자연을 구경하다보면 나도 덩달아 예뻐지는 것 같다. 

무거운 코트를 벗고 가벼운 옷으로 바꿔 입는다. 스카프를 두르고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는다. 

들이 지나는 도로 옆을 꽃길처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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