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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셀프 인테리어 기초 과정

by 유자와 모과
침실.jpg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심한 건 다 돈 때문이다.

예산만 넉넉하면 스스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턴 키(인테리어 전부를 맡기는 것)로 맡기면 견적이 천 만원이상 추가된다.

백 만원이 아니다. 힘들어도 직접 해야 한다.

직장을 다녔다면 턴 키로 진행했을 거다.


직접 하려면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공사 기간 동안 집 근처에서 대기하며 진행 상황도 살펴야 한다.

신혼 집과 두 번째 집, 부모님 집 인테리어를 부분 셀프로 진행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해보기로 했다.

이번 집은 화장실과 현관 중문을 제외하고 전체를 뜯어고쳐야 했다.

전 주인이 몇 달 전 화장실 두 개만 새로 바꿔 놓았다. 중문도 깨끗했기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내부 외부 샷시, 부엌, 타일, 바닥, 필름, 도배, 조명, 줄눈, 탄성코트까지 전부 바꿔야 했다.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 막막했다.

샷시나 도배, 바닥 같은 경우는 업체만 잘 고르면 된다.

큰 돈 들어가는 작업은 누굴 선택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작은 돈 들어가는 작업은 내 집이 선택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건 조명이었다.

작업량이 적어 기술자를 구할 수 있을지 문제였다.

메인 조명은 깨끗했다. 베란다나 보조 조명만 몇 개 바꾸면 되었다.

고장난 화장실 조명을 해결해야 했고 콘센트 커버를 바꿔야 했다.


예전에는 전체 등을 바꿨다. 금액이 커서 전구를 주문한 매장에서 직접 와 달아주었다.

이번에는 을지로에서 조명과 콘센트를 살 예정이라 부탁할 곳이 없었다.

인기통이나 숨고에서 기술자를 구해야 할텐데 자신이 없었다.

부엌 타일도 문제였다. 부엌 벽과 현관 바닥에 타일을 붙여줄 타일러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직접 집 고친 과정을 적은 책들을 빌려왔다. 예전에 재미로 훑어봤던 책이었다.

분명 같은 책인데 상황이 절박하니 문장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셀프 인테리어 카페도 가입했다. 보통 셀인이라 부른다.

셀인은 직접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당신이 필요한 모든 정보는 셀인에서 얻을 수 있다.

집 수리와 관련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물어보라.

어떤 질문에도 답을 얻을 수 있다.


나도 여기서 얻은 정보로 대부분의 업체를 선정했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섭외했다.

시공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비싸다고 생각한 공정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작업 완성도 때문이기에 선택했다.

오랜 기간 그 일만 하신 한국분들이 오셨고 일도 깔끔히 마무리해 주었다.


나중에 카페에 진 빚을 갚으려 긴 글을 남기려 했다.

2시간에 걸쳐 글을 작성했다.

인테리어 공사시 주의해야 할 사항, 작업을 잘해 주었던 업체, 작업 과정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글을 올리는 순간 스팸 글로 분류되어 사라져 버렸다.

카페에서 금지하는 ‘금지어’를 써서 그렇다고 한다.

공지사항을 잘 읽었기에 바른 형식으로 썼다고 생각했다.

그 ‘금지어’가 뭐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2시간 동안 공들여 쓴 글이 한순간 날아갔다.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다.

쓰긴 썼으니 빚은 갚았다고 생각한다.


공정의 시작은 철거다.

철거 업체를 정했다. 주방 타일 철거도 요청하자 문자가 왔다.


‘주방타일이 석고에 취부된 경우 샌딩이 의미가 없어 옹벽에 취부된 경우에만 샌딩이 가능합니다.

만약 석고일 경우 주방타일 철거 후 목공작업이 필요합니다.’


해석 가능한가? 석고보드는 알겠다. 옹벽은 뭘까? 모서리벽인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철거해 봐야 아나요?’


즉각 답을 주시던 사장님은 문자를 보고 당황하신 것 같다.

셀프로 진행한다고 하면서 이런 단어도 모르나 싶었을 거다. 6분 뒤 답이 왔다.


‘두드려보시면 소리로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처음인 철거부터 이렇게 어렵다니. 괜히 인테리어 업체에 돈을 내는 게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철거라고 하면 24평에 얼마, 34평에 얼마 하는 식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줄 알았다.

견적서를 받아보니 품목마다 가격이 매겨져 있다.

문짝 하나 15,000원, 빨래 걸이 하나 15,000원, 이런 식이다.

폐기물 처리비도 어마어마하다.

부엌, 문짝 5개, 장판, 빨개걸이 2개만 철거하는데 100만원이 나왔다.


인테리어의 시작은 철거이고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건 샷시다.

집 뜯어고친다고 삼천만 원을 썼는데 그중 천백만 원이 샷시 값이었다.

샷시도 공부가 필요하다.

로이유리와 터닝도어가 뭔지, 유리색은 어떻게 할 건지, 거실 중문은 폴딩도어를 할지 말지, 어느 브랜드를 선택할지 미리 정해야 한다.

업체 사장님이 설명해 주지만 정확한 용어를 알고 있으면 이해하기 쉽다.

저층과 고층에서 쓰는 유리도 다를 수 있다.

내가 알고 이해한 만큼 정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유리가 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내부 창과 외부 창 사이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 넣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충 마감하면 겨울에 결로가 생기고 벽에 곰팡이가 필 수 있다.

외부 실리콘 작업은 영하 5도보다 추울 때는 피하는 게 좋다.

우레탄폼 경화시간도 충분히 둬야 한다.


나는 때마침 한파가 몰아닥쳤을 때 샷시를 교체했다.

다행히 화창한 날이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하루가 지나니 거실 중문 위쪽 실리콘 마감 부분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탄성코트 작업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볼록 올라온 부분들이 보인다

.

인테리어의 시작은 철거이고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건 샷시이며 끝은 청소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업체에 문의했다.

두 달 전이었지만 한 곳은 이미 예약이 다 찼고, 다른 한 곳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비싸 놀랐다.

좋은 업체는 구석까지 꼼꼼하게 청소한다. 디테일이 다르다.

하지만 청소라면 나도 자신 있기에 대중적인 업체에 문의했다.

대중적인 가격이라 청소도 대충 마무리 되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깨끗하게 한번 더 청소하는 건 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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