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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의 말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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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과가 회사에서 빅데이터 관련 수업을 들었다.

직원 한 명과 팀이 되었다.

마지막에 어떤 작업을 할건지 기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모과와 그 직원은 대출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기획서를 내려는데 팀명을 적으라고 해서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팀명 뭐라고 했어?

- 5242

-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거 같은데.

- 오씨랑 이씨랑 사이좋게 팀 만들었다고.




* 주일학교 공과시간. 한 아이가 말한다.


- 선생님 저 내일 할머니집 놀러 가요.

- 와.좋겠다. 며칠 갔다 오는데?

- 3박 1일이요.




* 아침 라디오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이 흘러나온다.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어느 밤 아버지가 아픈 아들을 말에 태우고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마왕이 아들에게 속삭이자 아들은 공포에 질린다.

아버지는 아들을 달래며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와 보니 아들은 품에서 죽어 있다.


- 자기야. 저 음악 상상할 때마다 괴로워. 저렇게 슬픈 걸 왜 만든 거야.

- 슬퍼서 만들었겠지.




* 우리 교회 영진이와 박하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다.


- 하야, 언제 개학하니?

- 영진이 개학할 때 개학해요.

- 영진아, 언제 개학하니?

- 박하랑 똑같은 날 개학해요.



* 산책하다 엿들은 말.


- 아빠, 고양이풀이에요.

- 이거 강아지풀인데.

- 고양이풀 아니었어요?



* 독립문 공원에서 광복절 기념 야외 음악회가 열렸다.

한창 무르익을 무렵 지휘자가 아이들을 무대 앞으로 불렀다.

음악에 맞춰 가장 춤을 잘 춘 아이에게 상품을 주겠다는 거다.

오케스트라가 헨리 멘시니의 ‘베이비 엘리펀트 워크’를 연주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몸을 움직였다.

음악이 끝나자 지휘자는 모두 잘해서 일등을 뽑을 수 없다고 했다.

아이들이 그게 뭐냐고 소리 지르자 지휘자가 말했다.


“얘들아, 너무 물질적으로 살지마. 춤추는 자체를 즐겨. 어른은 돈 주고 춤추러 가야 돼.”



* - 모과야, 지금 읽는 책 무슨 내용이야?

- 냉전시대 스파이 얘기야. 베를린 장벽 있을 때.

- 우리 태어나고 그거 무너진 거 아냐?

- 맞아. 뉴스에서 봤던 장면 기억나. 우리 진짜 오래된 사람이네




* 뒷산 산책 중 모과 왈.


“ 저기 봐. 바닥에 떨어진 거 보이지? 다 상수리야. 덥다고 다 모자 벗었잖아.”



*교회에서 모과와 나는 유년부 선생님으로 섬기고 있다.

아이들이 워낙 많아 우리가 부부인지 모르는 아이도 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다가와 말한다.


- 선생님이 누구랑 부부인지 알아요.

- 어떻게 알았어?

- 교회 카페서 봤어요. 다른 사람들은 카페에서 그렇게 앉아 있지 않아요.



* 아이 셋인 친구 부모님은 포도 농사를 지으신다.


-포도 농사는 잘 하고 계셔? 힘들지 않으시대?

- 올해 너무 더워서 땅이 안 식는 거야.

아침 일찍부터 영양제 주고 약 뿌리느라 바쁘시고.

밤엔 포도들 일일이 물 대며 식혀주느라 잠 못 주무시고.

포도 키우는 거나 아이 키우는 거나 인위적으로 해야 될 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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