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새로 편성된 교회 구역식구들 모두 모여 능이백숙 먹음.
작년까지는 낯선 타인이었는데 같은 구역이 되니 가족처럼 사랑스럽다.
* 남원 산채 비빔밥. 15가지의 나물 반찬과 생선구이, 된장찌개까지.
이렇게 푸짐한 비빔밥은 처음 먹어본다며(처음 아니거든요) 좋아하시던 엄마를 보는 기쁨.
* 남쪽마을 곳곳에 피어있던 백일홍. 배롱나무를 볼 때마다 여름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아 두근두근.
* 모과가 상하이 출장에서 가지고 온 기념품 구경하는 재미.
볼펜 한 자루, 맥주 한 캔, 컵라면 한 개, 티백 몇 개, 일회용 치약 몇 개. 복숭아맛 오레오 쿠키 한 개. 하이디라오 장난감 한 개. 소박하구나.
* 가을바람에 풍경이 흔들리며 울리는 소리. 버티칼 커튼이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며 팔락이는 소리.
* 뒷산 등산로, 하루아침에 나팔꽃이 주연으로 등장. 여뀌의 시대는 가고 나팔꽃 시대가 오는가.
* 막 과수원에서 도착한 햇사과, 빠알간 홍로에서 풍기는 진한 사과향. 생명의 향기.
* 토요일 아침, 식사 후 그릇을 치우지 않은 채 신문을 활짝 펴서 읽기.
화분에 물을 주고 온 모과가 신문을 살며시 들춰가며 그릇을 개수대로 옮김.
* 모과가 주식 한 주를 사달라며 5만원을 건냈다.
2배가 되면 팔아달라고 진지하게 말하던 순간. 내겐 너무 귀여운 남편.
* 산길을 앞서가던 아빠가 멈춰서더니 한참을 서성인다.
아빠 뭐해요? 소리치니 내게 다가와 손에 쥐어 준 밤톨 두 알.
* 모과가 1년간 모은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사준 위스키 한잔. 바닐라 향과 꿀향 가득.
* 뒷산에 한송이 두송이 피어나는 꽃무릇. 제단에 올린 촛대처럼 고요하게.
* 자기 얼굴만한 알밤을 입에 앙 물고 달려가던 청솔모가 나를 보고 멈칫. 딱 걸렸네.
* 낙산 해변에서 맨발로 걷던 엄마가 러닝을 하겠다며 총총 뛰던 모습.
분명 다리는 뛰는데 몸은 왜 제자리일까.
* 교회에서 마련한 일일 신학 세미나. 성경의 세계는 깊고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