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10월 소비단식

by 유자와 모과
서촌 카페.jpg


가을이다. 5월과 더불어 온도가 딱 좋은 계절. 비가 와도 좋고, 바람 불어도 좋고, 해가 떠도 좋은 계절이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계절이라 헤프게 웃음을 흘리고 다녔다.

나뭇잎이 하나둘 물들기 시작했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왔다.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이라 걷고 또 걸었다.

뱃살 관리를 하느라 음식에 욕심 내지 않았더니 장보기 비용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내가 가진 모든 옷이 날씬 사이즈에 맞춰져 있기에 살이 조금만 붙어도 옷 입는 게 불편해진다.

좀 더 넉넉한 옷을 사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그런 게 아니다.

얼마 전 <허니 돈트>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 속 주인공이 입은 옷을 모두 가져오고 싶었다.


몸에 잘 붙는 기본 셔츠를 H라인 스커트나 바지 안에 넣어 입은 주인공 모습은 평소 내가 가장 즐기는 스타일이다.

저게 우아해 보이려면 첫째, 배가 날씬해야 한다. 둘째, 키가 커야 한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마가렛 퀄리 정보를 찾아보니 키가 173cm이다.

5cm 굽이 있는 구두를 사야하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걸 신고 몇 발자국이나 걸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뱃살 빼는 게 빠를 것 같다.


30대에 비하면 먹는 양이 훨씬 줄었는데도 몸무게는 그대로다.

신진대사가 그만큼 안된다는 말이겠지. 먹어도 살찌지 않는 몸은 이제 사라졌다.

고강도 운동과 약간의 식단 조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달은 식단 조절을 하고 있지만 운동으로 바꿀지 고민 중이다.

추운 겨울엔 먹고 싶은 게 더 많아질테니.


짧은 여행을 다녀오느라 돈을 좀 썼다.

국내 여행을 다닐 땐 늘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을 선택하는데 이번엔 어찌된 셈인지 숙소가 만실이라 리조트에서 자야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은 또 어찌나 많던지.

뱃살 빼기와 여행은 최악의 조합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추석도 있어서 양가 부모님 용돈, 각종 선물 비용으로 꽤 나갔다.

나이가 들수록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우리 스스로는 기념일이나 생일을 챙기지 않는데 다른 가족과 친척 대소사는 챙겨야 하는 아이러니.

나이를 먹을수록, 직책이 높아질수록 베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모과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

가장의 어깨가 무겁겠구나.


그래도 이만하면 아껴 썼다 싶었는데 막판에 크게 돈 나갈 일이 생겨 버렸다.

11월과 12월은 긴축 재정에 들어가야 한다.

집에서 추리 소설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다.


참고로 남은 두 달을 나처럼 긴축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분들을 위해, 올해 읽은 추리소설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 3권을 추천하겠다.

빅 슬립 / Y의 비극 /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9월 소비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