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부엌> 류지현
*소비 사회에서는 오늘 사고 내일 버리고 내일 또 사고 모레 또 버리는 비효율적인 구매 방식을 부추긴다. 소비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음식엔 신경 끄고 끊임없이 사다 나르도록 부추기는 구조에서, 식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사회적 비용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정보고 아니다. 오히려 그 정보를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게 할수록 소비는 증대된다.
<수월한 농담> 송강원
*같이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은 분명 행복이었다.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이 쉽게 불행으로 치부되는 삶이란 걸 모르지 않았다.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았지만, 일상을 부지런히 골라내는 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삶이 소중해졌다. 죽음을 앞둔 삶도 여전히 삶이었고, 죽음을 포함한 삶이야말로 완전한 삶이 되었다.
<버터밀크 그래피티> 에드워드 리/ 박아람
*그것이 바로 이민자들이 하는 일이 아닌가? 우리는 마치 야음을 틈타듯 슬며서 적대적인 땅으로 와서 세월에 잊힌 곳을 찾아내 우리 것으로 만든다. 우리는 그저 주어지는 곳에서 안락을 찾는다. 코리아타운, 리틀 인디아, 아이언바운드, 리틀 오데사. 우리는 어디든 받아들인다. 어디든 정복하고 만다. 문제는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또한, 우리가 고국에서 봉인한 채로 들여온 문화는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가? 희석될 때까지, 모국의 전통이 뿌옇게 흐려져 흔적만 남을 때까지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가? 그렇게 잃는 것들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많은 지역에서 소비되는 새우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에서 온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최저시급 노동자들이 과밀한 진흙 연못에서 잡는 양식 새우다. 그런 새우는 다양한 비료와 항생제가 섞인 독극물에서 헤엄쳐 다닌다. 이런 단종 양식장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남아시아의 양식 새우는 대부분 이렇다 할 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파프리카와 커민 가루를 듬뿍 뿌리고 주철 팬에 시커멓게 굽거나, 향이 진한 새콤달콤한 소스를 듬뿍 얹으면 새우 맛이 어떻든 다 상관없어진다. 이런 새우가 2kg씩 냉동 포장되어 수출될 때에는 온갖 화학 약품으로 버무려진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쉽다. 새우는 물에 사는 해충과 다를 바 없는 싸구려 상품이다.
<서울의 어느 집> 박찬용
*세상에는 훌륭한 고급 인력이 값비싼 인건비와 자재비를 들여 지은 건물이 많을 것이다. 내 집이 그런 공간과 다른 바 없다고 우길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나의 현장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느꼈다. 아름다움을 위해 성의를 다하겠다는 본능.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걸 만들겠다는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