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는 고달프다. 처음 운전을 하면 시도하기 어려운 기술 중 하나가 차선 변경이다. 운전 연수를 마치고 몇 주 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시벨리우스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장소는 서울 예술의 전당.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14km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강남이 이렇게 가까웠단 말인가! 운전 연습도 할 겸 차를 끌고 가보기로 했다. 서울 운전은 처음이라 긴장을 바짝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예술의 전당 맞은편 골목에 도착하였다. 서울 별거 아니네. 이제 1차선까지 끼어든 후 U턴만 하면 된다. 문제는 짧은 시간 내에 차선 네 개를 뚫고 1차선에 안착해야 하는데 도로가 차들로 꽉 막혀 도무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끼어들기는 타이밍이다. 깜박이만 넣고 우물쭈물 하면 뒤에 오던 차는 끼어주려 하다가도 ‘쟤 뭐지’ 하며 틈을 내 주지 않는다. 첫 번째 끼어들기는 처참히 실패하였다. 차들이 얼마나 바짝 붙어 있는지 끼어들기를 한다고 소심하게 머리를 들이밀다 부딪칠 뻔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회전을 한 후 한참을 돌아 다시 맞은편 골목에 도착했다. 두 번째는 조수석에 앉은 남편의 도움으로 간신히 끼어들기에 성공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자신감은 사라졌다. 그 후로 서울 갈 일이 있을 때는 남편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분명 로터리에서 ‘두 번째 출구’로 나가라는 지시를 정확히 따랐는데 세 번째 출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내비에게 산수를 가르쳐야 할까? 또 300m 앞이라는 건 대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말하는 걸까? 어떨 때는 100m 앞이 엄청 멀게 느껴지고 어느 때는 500m앞이 코앞 인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분당에 사는 지인을 방문하려 차를 몰고 나온 적이 있다. 지인이 사는 아파트가 막 보이려는 순간 길을 잘못 들어 대왕 판교로를 타버렸다. 판교로를 타니 중간에 내릴 데가 없더라. 하염없이 달리다 보니 용인에 도착했고 그날 결국 지인은 만나지 못했다.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세상의 모든 차가 내게 달려오는 느낌이 든다. 특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진입 구간에서 다른 차들이 합류하기 위해 들어오면 내 차에 부딪힐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초반에는 트럭이 달려올 때 나도 모르게 내 차선을 이탈하여 비켜주려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 차가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 할 때 진입 구간에서 좌측에 나란히 달리는 차들은 종종 사각지대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달리는 차는 사이드 미러만으로는 보이지 않기에 옆 차선에 차가 없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따라서 진입할 때는 항상 고개를 살짝 돌려 옆 차가 있는지 확인 후 끼어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차와 부딪힐 지도 모른다.
교차로에서 딜레마에 빠질 때도 있다. 교차로에 들어서려는데 신호가 주황색으로 바뀌면 그대로 지나가야 하나 아니면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야 하나.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따라오던 차가 속력을 줄이지 못해 충돌할 수도 있다. 특히 뒤에 있는 차량이 트럭이라면 머뭇거리지 말고 신속하게 속도를 올려 지나가는 게 낫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부터 감속을 시작하고 횡단보도가 있다면 파란불이 몇 초 남았는지 확인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만약 보행자 신호등이 켜져 횡단보도 중간에서 애매하게 멈추게 된다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비켜준다고 차를 앞쪽이나 뒤로 움직이면 신호등만 보며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된다. 참회하는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의 째려보는 시선을 견디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3초 동안 역주행을 한 적도 있다. 부모님과 함께 이천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 가는 길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차를 운전하다 자연스럽게 우회전을 한 후 좁은 길로 들어섰는데 조수석에 앉은 아빠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역주행이다!” 맞은편에서 세단 한 대가 부드럽게 달려오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사고가 날 뻔했다. 그래서 초보 때는 대화가 아닌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주차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강사님이 알려준 공식대로 주차를 했다. 어깨를 차선에 맞추고 운전대를 끝까지 돌린 다음 앞쪽으로 차를 뺀다. 차 꽁무니가 주차 가로선 중앙까지 오게 한 후 운전대를 반대로 돌려 후진 기어를 놓고 천천히 집어넣는다. 처음 몇 달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자동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지금은 대충 운전대를 돌려 후진하면서 차를 주차공간에 이리 저리 맞춰 넣는 경지에 이르렀다.
연수를 마친 후 첫 한 달간은 매일 차를 끌고 나와 동네 한 바퀴라도 돌며 감을 익히려 노력했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심장이 떨리고 긴장이 되어 운전대를 꽉 잡느라 밤마다 어깨가 아팠다. 가야할 곳이 있으면 미리 핸드폰으로 T맵을 보며 지형을 익혔고 운전할 때는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고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하려 노력했다. 운전대를 잡아도 두렵지 않은 기분을 느끼기까지 딱 6개월이 걸렸다. 어느 날 차를 끌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더 이상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 걸 보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계속 시도하다보면 익숙해지긴 하는구나. 이제 자동차 뒤 유리창에 ‘능숙 운전’ 스티커라도 붙여 놓아야겠다. 아참, 자동차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운전 6개월 차라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