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째 운전 연수를 마친 날 과감히 운전대를 잡고 부모님이 사시는 수원 집으로 차를 몰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차량과 신호등이 많은 시내 주행보다 고속도로가 훨씬 쉽게 느껴지기에 고속도로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거리는 총 13km. 20분 후 도착 예정이다. 하지만 나는 왕초보운전자. 집 근처에 있는 고속도로까지는 쉽게 진입했지만 내비게이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고속도로를 잘못 빠져나갔다. 낯선 시내를 되돌아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탄 후 간신히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1시간 30분이 흘러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퇴근 차량으로 차가 막히기 전에 되돌아가야 한다. 초보는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지상 주차장에서 부모님 댁을 한번 올려다본 후(걱정하실까봐 전화도 하지 않았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고속도로에 올라타 집으로 가는 도중 딱 한번 내비게이션 지시를 잘못 이해했을 뿐인데 차는 서울 방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섬뜩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결코 오늘 안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나 좀 살려달라고 신에게 다급히 기도를 하는데 다행히 판교로 빠지는 도로가 나왔다. 간신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운중동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부웅~ 차가 나가지 않는다. 어라? 이게 무슨 일이지? 부웅~ 다시 엑셀을 밟자 차가 살짝 움직이는 것 같더니 천천히 멈춘다. 눈앞이 깜깜했다. 타이어가 터진 걸까? 얼른 깜박이를 켜고 갓길에 차를 주차했다.
계기판을 쳐다봐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계기판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후 전화를 걸었다. “차가 갑자기 멈춰버렸어. 어떡하면 좋아. 큰일났어. 내가 차를 망쳐 버렸나봐. 뭐가 고장 난 거지?” 공포에 질린 내 목소리를 듣자 남편은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돼. 사진 보니까 기름이 바닥난 것 같은데? 보험 회사에 전화하면 금방 와서 해결해 줄거야.’ 그제야 계기판에 연료 경고등이 켜진 게 눈에 들어온다. 아하. 기름이 다 떨어졌구나. 천장에 달려 있는 수납함에 손을 집어넣으니 보험 서류가 잡힌다. 보험 회사에 전화를 한 후 기름이 떨어져 차가 멈춘 것 같다고 하자 직원은 위치추적을 하여 내가 서 있는 장소를 바로 찾아냈다(무섭기도 하지). 전화를 받은 직원이 물었다. “금방 도착할 겁니다. 휘발유인가요. 경유인가요?” “네?” 운전연수를 받는 일주일 내내 계기판도 한번 쳐다보지 않은 내가 붕붕이가 휘발유를 먹는지 경유를 먹는지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저...잘 모르겠는데요. 아빠 차를 끌고 나온 거라서요.” 직원은 차량 등록증을 잘 살펴보라 했고 나는 잠시 후 답을 알아냈다. 붕붕이는 휘발유를 먹는다!
보험 회사는 나처럼 계기판을 전혀 보지 않아 기름 한 방울까지 바닥난 고객을 위해 긴급출동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출동은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경우에도 요청할 수 있다. 나중에 아빠가 가입한 서류를 살펴보니 일 년에 3번까지 무료로 비상급유를 받을 수 있는 특약이 들어 있었다. 아빠는 그런 특약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10분 후 붕붕이는 3리터의 기름을 주유 받았고, 나는 무사히 근처 주유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유소에서도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기계 옆에 차를 대자마자 소리쳤다. “저 주유소 처음 왔어요. 어떻게 해야 되죠?” 직원은 (비)웃음을 참으며 우선 시동을 끄라고 했다. 그리고 왼쪽 발 근처를 살펴보면 주유구를 여는 장치가 있을 거라 했다. 가까스로 기름을 채우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 긴 하루였다.
홀로 한 첫 운전에서 수난을 겪은 후부터 연료에 집착하게 되었다. 레이에 기름을 꽉 채우면 450km를 갈 수 있다. 기름이 부족하면 연료 부족 경고등이 들어온다. 빨간 경고등이 들어와도 일정거리는 운행이 가능하다. 연료 경고등은 기름이 10% 정도 남았을 때(연료 눈금이 한 칸쯤 남았을 때) 들어온다. 이제 레이는 70km를 더 달릴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운전하다보면 경고등조차 사라진다. 50km만 가면 차가 멈춘다는 뜻이다. 이젠 눈금이 한 칸 남으면 모든 걸 제쳐놓고 주유소부터 간다. 붕붕이는 경차라 기름통도 작아 연료를 자주 채워줘야 한다.
자동차를 산다면 연비를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 연비는 연료 소비 효율로 자동차가 1리터 연료로 갈 수 있는 주행 가능 거리를 말한다. 연비등급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뉘는데 1등급이 가장 고효율의 연비를 낸다. 레이는 1리터의 기름으로 13km를 가는데 남동생이 타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연비가 나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붕붕이보다 덩치가 훨씬 큰 차이지만 오로지 기름만 먹는 가솔린 엔진(휘발유 사용)이나 디젤 엔진(경유 사용)과 달리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이용한 엔진을 함께 사용하기에 기름을 적게 먹는다.
연료를 아끼려면 브레이크 밟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적게 밟을수록 연료는 절감된다. 저 멀리 신호등이 보이거나 앞쪽이 정체되어 있다면 정지해야 할 곳에 도달하기 전 미리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 차는 나아가던 관성에 의해 천천히 움직인다. 급제동과 더불어 급가속도 피해야 한다. 경제속도(60km~100km)를 준수해 운전하면 연료비가 10~20% 절약된다고 한다. 또한 고속 주행 시 창문을 열어 놓으면 공기 저항 때문에 더 많은 연료가 소비된다. 타이어는 자전거 바퀴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바람이 빠지는데 타이어 공기압이 10% 부족하면 연료는 5%가 소비된다.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항아리 안에 느낌표가 들어있는 모양)이 켜지기 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차는 가벼울수록 연비효율이 좋다. 트렁크에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다면 불필요한 짐을 줄여보자.
비상 급유를 받은 뒤로 고속도로 갓길에 깜박이를 켜고 정차해 있는 차량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된다. 별일 없겠지? 뭐가 고장 난 걸까? 혹시 기름이 떨어졌나? 부디 큰 문제가 없기를 기도하며 그 곁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