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 회사의 여자 후배가 차에 문제가 생겨 집 근처에 있는 정비소에 방문했다고 한다. 사장님은 수리비를 30만원 넘게 불렀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가 생각해도 너무 비싼 것 같았지만 출근길이라 그냥 차를 맡기고 왔다. 회사에 도착해 동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다들 20만원이면 충분할 걸 바가지를 썼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그 사장님은 동네 어르신이라 후배와 평소 인사도 나누는 사이였다고 한다.
자동차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정비소에서 바가지 썼다는 하소연도 영원할 것이다. 여자라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들이 차의 내부 성능과 부품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니 속이려 하는 건지도 모른다. 정비소에서 덤터기를 쓰면 속된 말로 ‘눈탱이 맞았다’고 한다. 각종 오일류나 기타 소모품 가격을 알고 있다면 수리비를 들었을 때 그 가격이 적정한지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지만 기본 개념이 전혀 없다면 눈탱이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쉽게 적정 가격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정비소에서도 부품 가격이나 공임비로 크게 속이지는 못한다. 다만 고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고쳐야 한다고 권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과잉 정비를 하는 것이다.
타이어 관련 정비도 마찬가지다. 2020년 타이어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 대리점에서 고객의 차량 휠을 고의로 훼손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되었다. 고객이 타이어를 점검하러 방문하면 직원이 멀쩡한 타이어에 구멍을 내거나, 휠에 우레탄 망치질을 하여 휘게 하거나, 타이어가 다 닳았다고 겁을 주어 부품을 바꾸게 하는 식이다. 본인이 타이어 상태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당하고도 뭘 당했는지 알 수 없다.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차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거나 좋은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양심 있다고 소문난 정비소는 항상 고객들로 북적인다. 혹은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블루핸즈나 기아 오토규 같은 브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브랜드 센터는 부품 가격표와 공임비 가격이 사무실에 붙어 있어 마음이 편하다. 공임 나라도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본 가격이 조금 높긴 하지만 정품을 사용하고 과잉 정비를 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사실 정비소는 미래의 사양 산업 중 하나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내세웠다. 기름을 연소하여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점차 줄이겠다는 뜻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움직이기에 내연 기관이 필요 없다. 내연기관이 사라지면 관련 부품이나 엔진오일 등도 필요 없다. 배터리를 교체할 때는 공식 AS 센터에 수리를 맡기게 되니 정비소는 자동차 수리와 관련된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국가들이 탄소 제로에 동참하고 있다. 노르웨이나 네덜란드는 2025년, 독일과 인도는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자동차 회사들도 정부 방침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하는 중이다. 볼보는 2020년, 도요타는 2025년에 내연기관을 중단한다. 현대차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중단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정비소는 수리가 아닌 도장이나 튜닝 등 새로운 분야를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붕붕이를 6개월 타다보니 엔진오일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정비소 가는 게 뭐 어렵다고, 내가 시간 날 때 갔다 올께.” 남편에게 자신 있게 말은 했지만 막상 혼자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몇 주를 미루고 미루다 마지못해 기아 오토큐를 방문하였다. 밖에서 자동차를 점검하고 있는 엔지니어에게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왔다고 하니 사무실에서 접수하면 된다고 했다. 사무실에 들어가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엔진 오일 교환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밖을 둘러봐도 안을 둘러봐도 엔지니어와 고객 모두 남자 밖에 없었다. 여자는 오직 사무직원뿐(다음번에 갔을 땐 여자 고객도 있었다).
엔진오일은 차를 자주 운행하지 않는다면 1년에 2번, 혹은 5천km~7천km마다 갈아줘야 한다. 엔진오일이 오래되면 딱딱해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 부품 중에서는 엔진 오일 교체 시기가 가장 빈번한데 매번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하니 직원이 기아에서 제공하는 앱(Kia VIK)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앱을 깔면 주행거리가 얼마일 때 정비했는지, 언제 어떤 부품을 교체했는지 등등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교체가 끝났다. 요금을 지불하고 자동차 정비 명세서를 받아 꼼꼼히 살펴보았다. 부품 값이 생각보다 저렴하여 놀랐고 공임비가 생각보다 비싸 놀랐다. 어딜 가든 인건비가 가격을 좌우한다. 작업 내용을 살펴보니 필터 가격이 있다. 엔진 오일 교체하러 왔는데 필터는 뭐지? 엔지니어에게 물어보니 오일을 교체할 때 엔진 필터도 함께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필터의 오염 상태를 보면 엔진 오일을 갈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도 하였다.
엔지니어에게 엔진룸 청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니 정비할 때 미리 얘기해 주면 무료로 세척해 준다고 하였다. 만약 엔진룸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면 이런 정보도 알 수 없었겠지. 다음부터는 정비소에 올 때 반드시 엔진룸 클리닝을 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정기 점검하러 방문했을 때 말했더니 흔쾌히 해주셨다). 평소 엔진룸을 깨끗이 관리하면 누유가 생겼을 때 금방 알아차릴 수 있고, 누유 지점이 어디인지도 확인하기 쉽다. 또한 부품에 쌓인 먼지와 기름때를 걷어냄으로써 엔진 내부 온도를 낮추고 엔진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고무와 플라스틱 부품의 경화를 지연시켜 교체 시기도 연장된다.
엔진 오일 교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흥얼흥얼 노래가 절로 나온다. 정비소 가는 거 괜히 겁먹었네. 엔진 오일과 필터를 새 걸로 바꾸니 내 몸이 씻긴 것처럼 기분이 좋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렇지 않은 척 정비소에 다녀왔다고 말하니 엄마가 감탄하며 소리친다. “난 10년 넘게 운전하면서 한 번도 정비소에 가본 적이 없는데, 다 네 아빠가 갔거든. 그래. 여자도 직접 정비소에 가고 그래야지. 장하다 우리 딸.” 단지 엔진오일만 갈았을 뿐인데 단번에 자랑스러운 딸로 등극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