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한국의 자동차 역사

by 유자와 모과

프랑스 군인이었던 니콜라 로제프 퀴뇨는 무거운 포차를 운반하는 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소식을 듣게 되고 자동 수레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육군사령관의 후원에 힘입어 실험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1769년 앞바퀴 하나와 뒷바퀴 두 개로 굴러가는 삼륜 증기 자동차를 발명하게 된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지체 높은 양반을 가마에 태워 머슴이 어깨에 지고 나르고 있었다,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동차 이야기>에 따르면 이 자동차의 최고속도는 고작 4.8킬로미터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수레에 사람이 타고 있고 끄는 동물도 없는데 저절로 바퀴가 굴러가는 걸 지켜보던 파리 시민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넋을 잃었다. ‘수레가 저절로 움직이다니. 말도 안 돼.’ 그로부터 100년 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어두컴컴한 지하 카페에서 세계 최초로 영화를 상영했을 때, 화면에서 기차 한 대가 관객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의자 뒤에 숨은 것도 자동차를 처음 본 사람들과 비슷한 심정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사진이 저절로 움직이다니. 말도 안 돼.’ 최초는 뭐든 놀랍기 마련이다. 그 후 만들어진 초창기 차들은 지붕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모자, 고글, 코트는 물론 담요까지 덮고 다녔다. 헤드라이트 역시 촛불이나 호롱불이라 바람이 불면 꺼지기 십상이었다고 하니 자동차 타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들어온 건 언제일까? 1903년 일제 강점기 때 고종황제가 미국 공사의 협조로 수입된 포드 A형 리무진에 처음 탑승했다고 한다. 그 뒤로 미국과 일본 자동차들이 수입되어 자동차 산업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으나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 공산군이 남한을 기습하며 나라 전체가 초토화 되어 버린다. 1953년에 휴전 협정이 이루어졌지만 이미 한반도는 폐허가 된 후였다. 이 전쟁으로 남한의 자동차 75%가 완전히 부서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55년 10월, 경복궁에서 열린 산업박람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차 가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자동차 뒤에 트레일러를 달고 오토캠핑을 떠나던 시기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이름은 ‘시발’. 왠지 이름이 욕처럼 들리긴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의미가 아니라 처음 시작한다는 뜻 ‘시발점’에서 따온 것이다. 시발 자동차는 전쟁의 고통을 잊게 해준 감격적인 사건이었다. 시발은 자동차 정비업을 하던 최씨 집안 삼형제가 휴전 이후 미군 군용 지프의 부품을 조립하여 만든 차였다. 군용 지프에서 떼어낸 새시, 엔진, 변속기 등을 차에 달고 차체는 드럼통을 잘라 망치로 두들겨 펴서 만든 수제 자동차였다고 한다.


자동차는 직립 보행하는 사람과는 태생이 다르다. 바퀴 네 개가 달렸기에 쌩쌩 달릴 수 있는 도로가 필요하다. 박정희 대통령 주도하에 시작된 고속도로 건설은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막이 올랐다. 경부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과 부산 간의 거리가 5시간 미만으로 좁혀졌다. 이로 인해 경제가 활기를 띄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시장 역시 부흥하기 시작했다. 1976년 현대자동차는 에콰도르에 포니 다섯 대를 수출함으로써 한국도 자동차 수출국가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포니의 등장으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독자 모델을 가진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불과 몇 십 년 만에 유럽의 200년 자동차 역사를 따라잡았다. 자동차 산업은 금속, 철강, 건설, 기계, 유리, 고무, 운송, 정유, 에너지,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와 연결되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에 국가의 경제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역사를 공부하며 그동안 잊고 있던 한강의 기적이 떠올랐다. 한국은 기적의 나라다. 현재 2300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한국 땅을 돌아다닌다. 100년 전만 해도 오직 임금님만 탈 수 있던 자동차를 이제는 누구나 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자동차는 인간의 생활양식에 따라 최적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고, 기술 발전에 따라 석유에서 하이브리드로, 하이드리드에서 전기와 수소 연료로 진화되고 있다. 한국 땅에서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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