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관객에게 외면당한 이유

매주 영화 보는 남자 9월 첫째 주

매주 개봉일에 영화를 몰아보고,

영알못도 이해하는 쉬운 리뷰를 씁니다.

'매주 영화 보는 남자'


9월 첫째 주 개봉작

<고산자, 대동여지도>

Q. 영화 어땠나.
영화 보고나서 연락 온 친구한테 했던 말이 '아 드럽게 재미없네'였다. 별로였다. 뭐랄까 진지한데 뭔가 되게 쓸데없이 비효율적으로 진지했다고나 할까? 밋밋하고 지루하고. 대중들이 이 작품을 외면한 이유를 나름 알 것 같더라.

Q. 알아 낸 이유가 궁금하다.
잘 되는 영화, 소위 말하는 ‘천만영화’의 요건엔 두 가지가 있다 생각하는데...입소문과 재관람율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두 가지에 일절 해당사항이 없는 작품이다.

Q. 입소문이 날만한 영화가 아니던가?
응 그렇다. 사실 요즘 입소문하면 SNS잖나. 근데 그 SNS를 많이 하는 10대, 20대에게 이 영화는 애초부터 어필이 안되는 영화다. 포스터만 딱 봐도 어떤가. 영화가 괜히 엄청 진지해보이거든. 그리고 영화가 어떻고를 떠나 ‘지도꾼 김정호의 이야기’라는 소재 자체가 10대, 20대 관객들에게 후킹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보는 10대, 20대 관객들도 있었겠지.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진지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더라. 이러니 날 입소문도 안나지.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 낼 사람이 없는거다.

Q. 그러니 재관람도 당연히 안하겠네?
(손사레를 치며) 당연하지. 두 시간 넘는 이 지루한 영화를 절대 두 번 보고 싶지는 않다.

Q. 캐스팅도 두고두고 아쉽다고.
차라리 이런 소재의 영화면 캐스팅이라도 묵직하게 갔으면 좋았을텐데, 이 부분에서도 <밀정>에게 상대가 안됐다. 차승원 배우를 제외한 유준상, 김인권 배우만으로는 뭔가 많이 부족했다.

Q. 아니 그래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고 제작때부터 화제 아니었나.
절경들이 나오지. 암 그렇고 말고. 근데 나 이거 정말 강우석 감독님한테 궁금한건데. 왜 그 아름다운 장면들을 초반부에 몰빵하셨는지 정말 궁금하다. 맨 마지막 장면을 빼고는 중후반부엔 사람들만 나온다니까. 김정호라는 사람과 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냅다 절경들을 보여주니까 별 감흥이 없더라는 거지. 아홉 달 동안 로케이션 촬영 루트만 10만km일 정도로 직접 현지에서 힘들게 찍은 걸로 아는데 말이다.

Q. 차승원 배우가 인터뷰에서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해학이 있다’고 언급했었는데.
물론 영화가 1부터 100까지 진지하면 말이 안되지. 한국영화라면 그건 정말 문제가 있는거다. 희극적인 요소나 유머가 있긴하다. 근데...소소했고 엄청 올드했다. 진짜 솔직히 영화보면서 한번도 안 웃었다. 이런 가벼운 부분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영화가 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Q. 그래도 코믹 영화를 주로 만든 강우석 감독 작품 아닌가.
분명히 요즘 스타일은 아니신 것 같다. 유머도 그렇고. 긴 호흡의 편집도 요즘 영화 느낌은 확실히 아니었다. 영화 때깔이나 음악, 대사, 심지어 엑스트라들의 과장된 연기들까지. 일부는 거부감도 느껴졌다. 90년대 사극드라마 보는 것 같기도 했고..

Q. ‘애초에 영화화가 무리였던 소재가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맞다. 역사적 인물 ‘김정호’를 다뤘지만,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이 영화만의 무기가 마땅치않거나 약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김정호가 지도 만드는 과정만 그리기에는 영화가 심심할 수 밖에 없다는 거지. 그래서 영화는 지도 만드는 과정을 아예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하고, 사실상 김정호의 안타까운 삶을 그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왜 천주교 박해나 두 가문의 정치적 암투를 영화에 넣었느냐는 것이다. 이게 이 영화의 결정적인 미스라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애초에 지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서 보러온건데, 그걸 중점적으로 다뤘으면 좋았을걸 괜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이게 극의 깊이도 떨어뜨리고 관객의 흥미도 추락시킨다. 지도 만드는 이야기랑 그 이야기들이 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건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특정 장면들에서는 김정호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등장인물로 쓰이는 데, 보는데 화가 나더라.

Q. 한편으로는 우려도 된다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영화는 좋은 영화고 무조건 봐야한다는 의식에 상당한 경계심이 생긴다. ‘역사적 인물을 다룬 유익하고 좋은 이야기’라는 이유로 만듦새에 상관없이 무조건 좋은 영화로 치켜세우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역사다큐가 아니라 ‘상업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CGV어플로 실관람객평을 좀 찾아봤는데..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꼭 봐야하는 영화’ ‘젊은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영화’라는 평들이 은근 있더라. 언젠가부터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영화가 엄청 많이 나왔다. 이게 <명량>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 <귀향>, <동주>, <연평해전>,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정도가 이러한 영화들이다. 이 중에 잘된 영화도 있고 아닌 영화도 있는데. 사실 <동주>정도를 제외하곤 다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연평해전>이나 <덕혜옹주>가 심했지. ‘이 영화를 보는게 애국이다’라는 식인데. 이거 상당히 불편한 프레임이다. 솔직히 고산자는 상업영화로서는 실패한 영화다. 100만이 안되는 스코어도 그걸 말해주고 있고. <귀향>은 제작때부터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영화라 예외로 치손 하더라도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은 영화의 만듦새에 비해 분명히 많은 관객이 찾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정리 부탁한다.
강우석 감독님의 간만의 복귀작에 핫한 차승원 배우가 김정호로 분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었던게 사실이다.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김정호의 지도 만드는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가슴을 울리는 그런 영화이길 바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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