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X그림책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시가 하나 걸려 있었다.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 시를 보는 순간, 그림책 하나가 떠올랐다. "빨간 벽은 항상 그곳에 있었어요."라고 시작하는 이야기.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빨간 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꼬마 생쥐는 궁금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고양이, 곰, 여우, 사자에게 "벽은 왜 있는 걸까요?"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을 살펴보면, 겁 많은 고양이는 벽 바깥은 위험하다고 했고, 늙은 곰은 언제부터 세워졌는지도 모르는 그 벽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행복한 여우는 "꼬마 생쥐, 넌 질문이 너무 많아. 뭐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고 충고했고, 으르렁 소리를 잃어버린 사자는 슬픈 얼굴로 벽 뒤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시커먼 없음'이 있다한다.
그런데 어느 날, 고운 빛깔 파랑새가 벽 너머에서 날아오는 사건이 일어난다. 벽 너머의 세상에서 왔다는 새에게 꼬마 생쥐는 벽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다며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벽 너머의 세상은 컴컴하고 으스스할 거라는 친구들의 예상을 깨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었다.
"네 인생에는 수많은 벽이 있을 거야.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네가 마음과 생각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그 벽들은 하나씩 사라질 거야.
그리고 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할 수 있을 테고."
벽은 있었던 걸까?
두려움을 뚫고 벽 밖으로 나온 생쥐만이 얻은 진실을 가지고 생쥐는 어떻게 했을까? 생쥐는 이내 "친구들에게 말해 줘야겠어."하고 결심을 한다. 파랑새가 가만히 "친구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며 타일러 보지만 생쥐는 친구들에게 갔다.
작가는 그림책 뒷편에 글자를 새겨 놓았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고 벽 없는 세상을 위해
장애 학생과 함께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면 견고한 벽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땐 담쟁이들처럼 한 뼘이라도 꼭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