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성공의 열쇠
덩치가 크고 힘이 세서 나약한 아이들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던 그 친구는 더 이상 날 불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악동 짓은 여전했다. 어느 날, 자습시간이었다. 그 덩치 큰 아이와 몇 명의 아이들이 힘없고 나약한 친구들의 도시락을 몰래 먹어치우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주변에서 그의 행동을 눈치 챈 몇몇 아이들은 혹시나 자신의 도시락도 건드릴까 봐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때 나를 향해 다가오던 그들은 내 왼쪽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쪽 자리에는 상필이라는 친구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들은 낄낄거리며 도둑고양이마냥 가방의 지퍼를 살살 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상필! 너 도시락!”
그 친구가 바로 30년 절친 이상필이다. 당시에는 그를 잘 몰랐고 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얼떨결에 벌떡 일어난 상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러다 곧 그들의 손에서 황급히 자신의 가방을 낚아챘다. 그들은 나를 강하게 째려보고는 심한 욕을 하며 다가와서 내 멱살을 잡아챘다.
“야! 인마! 너 자꾸 방해할래! 친구가 배가 고파서 도시락 좀 나눠 먹자는데 그걸 깽판쳐? 너 진짜 죽을래!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 맞는다!”
다행히도 나는 아무 일 없었지만 너무도 불쾌했다. 힘없고 나약한 친구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정의의 불꽃이 내 가슴속에서 튀는 것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그 후, 힘없고 나약한 친구들이나 소심한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나의 뜻을 전달했기 시작했다.
#기도성 창설
“내가 이런 말 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저 날강도들의 종노릇을 할 거야? 네 주장을 당당히 표현하려면 용기와 배짱을 길러야 해.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떠들지 않았는데, 날강도 같은 반장 자식이 내 이름을 칠판에 적어서 담임선생님에게 엄청 맞은 적이 있어. 그 이후로 지금까지 5년간 성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왔어. 너희도 함께하자. 내가 도와줄게.”
나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스피치 훈련을 함께하자고 권유했다. 그들은 선뜻 내키지 않는 듯했으나 나는 어떻게든 그들을 설득하고 싶었다.
“우리 클럽의 이름은 ‘기도성’이야. 기회 기, 도전할 도, 성취할 성이야. 삶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가 오는데,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대.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나와 함께 준비하자. 얘들아, 나를 믿고 함께해 보자.”
그렇게 나의 끊임없는 설득에 결국 친구들은 주말에 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약속한 일요일, 친구 다섯 명과 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났다. 나는 준비해 온 무선 마이크와 글씨를 적은 켄트지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곤 지금부터 대중 스피치 훈련을 할 것이니 나를 잘 지켜보라고 당부한 뒤,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부산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여기 좀 주목해 주십시오!”
나의 큰 외침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쳐다보거나 웃거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부산 경남상업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저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클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클럽 이름은 기회 기, 도전할 도, 성취할 성! 기회에 도전하여 성취하자는 뜻입니다! 저는 성격이 소심하고 조용해서 항상 손해를 보고 살았습니다!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고, 싫다는 내색도 하지 못했으며, 당당히 나서서 발표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변화하기 위해 여기에 나왔습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 저희에게 용기가 되어줄 박수를 쳐주십시오! 저희는 꼭 당당히 어깨를 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내 연설이 끝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박수를 쳐주었다. 하지만 정작 함께 온 친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상필이는 켄트지를 잡고 있느라 도망가지 못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저 멀리 도망쳐서 숨어 있다가 연설이 끝나자 쭈뼛거리며 나타났다. 그러곤 자신들은 쪽팔려서 스피치 훈련을 못했다며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스피치 훈련 첫날 세 명의 친구들이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상필이 너는?”
“난… 너와 함께할게.”
그 친구들에게는 언제든 돌아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날 나는 많이 속상하고 괴로웠다. 성격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어도 단기에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닌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는 그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억지로 시킬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탈퇴하겠다는 친구들을 웃으며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상필이와 노래방에 들러 소리를 맘껏 질렀다. 이 속상한 마음을 참을 길이 없었다. 상필이는 괴로워 눈물 흘리는 내 곁을 지키고 앉아 조용히 위로했다. 그때부터 그는 늘 내 옆에서 뭐든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