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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oreal Oct 03. 2024

이제, 니트맘 하세요

당신의 아이가 실패와 작은 성취를 반복하며 인생을 직조하도록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엄마를 동물에 빗대어 표현해왔다. 타이거맘, 캥거루맘, 돼지맘 등이 그 예다. 이런 표현들은 쉽게 이해되었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타이거맘'은 호랑이가 새끼를 단련시키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린다는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되어, 혹독하게 자녀를 대하여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포장되었다. 실제로 이는 호랑이의 생태와도 관련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동아일보. 2021.3.11. 서광원의 자연과 삶). 

  '타이거맘'이라는 용어를 만든 에이미 추아 교수는 두 자녀 모두 하버드대를 보내어 성공한 엄마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최근 아동학대 논란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재평가되고 있다(연합뉴스. 2021.6.8. 예일대 로스쿨, '타이거 맘' 교수 지도 방식 논란). 그 유명한 헬리콥터맘(앞으로 드론맘이 나올 수도 있을까?)은 어떤가. 아이의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아이의 일상과 학습을 관리한다. 지나친 경우, 대학 수강 신청이나 군대 생활까지 관여한다. 

<엄마가 선생님이 꼭 되어야 할까요?>
왜 타이거맘, 캥거루맘, 돼지맘이 되려고 하는 거죠?


그냥 엄마여도 되잖아요.


  엄마는 아이에게 당장의 편안함을 주기 위해 개입하면서 아이의 성공을 자신의 것인 양 기뻐하고, 자신이 정말 잘 성취한 것으로 여긴다. 반면 아이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무능력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탯줄이 끊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현대의 과도한 양육 방식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살펴보면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석봉의 어머니나 신사임당과 같은 인물들이 훌륭한 엄마의 표상으로 알려져 있다. 한석봉의 어머니 이야기는 특히 유명하다. 자식이 과거급제를 위해 절에서 공부하다 힘들어 집에 돌아오자, 한석봉의 어머니는 공부가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썼다.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자신은 떡을 썰고, 한석봉에게는 글씨를 쓰도록 했다. 불이 켜졌을 때, 가지런히 떡을 썬 어머니에 비해 글씨가 엉망인 상태를 보고 한석봉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그길로 다시 절에 들어갔고, 결국 과거급제로 어머니를 기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엄격한 교육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생활의 달인>다운 면모와 함께 자식의 학업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다. 어머니는 생활의 일선에서, 자식은 학업이라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이해가 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보인다. 물론 현대의 관점에서 어둠 속에서 떡 써는 소리를 들으며 글씨를 쓰게 하는 것이 정서적 학대로 해석될 수 있겠으나, 이는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신사임당의 경우, 비록 직접적인 엄마로서의 일화는 아니지만, 그녀의 성품을 잘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잔치 날, 다른 사람의 치마를 빌려 입고 온 여자의 옷에 국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걱정하자, 신사임당은 그 얼룩 위에 먹으로 포도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 치마를 장에 내다 팔아 치마 값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돕는 신사임당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율곡의 어머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율곡이 어머니로부터 배운 지혜와 덕성이 그의 성장과 업적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옛 어머니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헬리콥터맘'이나 과도하게 경쟁적인 양육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들은 자녀의 성장을 돕되, 자신의 역할과 책임도 충실히 해내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양육 방식에 착안하여, 나는 '니트맘(Knit-Mo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니트맘은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유연한 엄마를 의미한다. 마치 니트처럼 아이를 품에 안듯 따뜻하게 감싸주되, 동시에 아이의 성장에 맞춰 함께 변화하고 적응하는 엄마를 뜻한다.

  엄마는 열 달 동안 아이를 품고 키우는 동안 아이와 관련하여 많은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해서 엄마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 오랜 관성으로 정작 아이가 컸을 때도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가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빼앗아버린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이 없는 아이는 점점 선택하는 일을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게 된다.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위험을 피하고자 익숙한 환경만을 선호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앞으로 미래사회는 더 빠르게 변할 텐데, 그저 엄마가 조금 더 안다고 안전한 길로만 가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쉬운 길은 금방 끝이 난다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오늘날 우리가 키울 아이들에게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실패와 작은 성취를 반복하며, 마치 니트를 짜듯 자신의 색깔로 인생을 직조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아이의 걸음으로 내딛고, 안전을 확인하고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지켜봐줘야 한다. 거기에 타이거맘이나 캥거루맘, 돼지맘이 개입할 틈은 없다.

  

<생각해 봐요> 엄마를 위한 멘탈 수업 P.129-130

*NEET족(일하지 않고 일을 구하지도 않는 젊은 세대를 지칭)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KNIT맘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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