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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북또다>로 삶을 북돋아

아이들의 진짜 세계를 만나고 싶다면

by flyingoreal

오래전에 보았던 책, 비비안 거쉰 펠리 선생님의 <따돌림 없는 교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읽는 내내 교실의 변화를 향한 선생님의 용기와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은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을 듣는 중에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것으로, 돌이켜보니 이처럼 강렬한 몇 권의 책을 만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들은 교육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했다.
책을 다시 펼쳐보며 형광펜으로 중요한 구절을 표시하고, 포스트잇으로 생각을 덧붙이며 새롭게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다시 대화하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순간순간 배우고, 성장 후에도 그 기억을 간직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때로는 사진처럼 단편적으로, 때로는 하나의 스토리로 저장된다. 특히 그때의 분위기와 문화는 선명하게 남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거나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부모와 교사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

어른들은 자칫 외적인 것에만 집중하기 쉽다. "유치원은 재미있니?" "준비물은 챙겼니?"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이런 것보다 친구들과의 관계나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또래 관계에서는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들의 영향력이 크다. 이들이 다른 아이들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역할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면, "아이들은 놀면서 크는 거야"라는 피상적인 해석에 머물게 된다.

<따돌림 없는 교실> 속 비비안 거쉰 펠리 선생님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을 보며 괴로워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 중 대부분은 선생님이 항상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 같지가 않아. 너희도 알다시피, 클라라는 아무도 자기랑 놀고 싶어 하지 않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었거든."

Vivian Gussin Paley | Biography and Work | Helicopter Stories

우리는 흔히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서 딴 친구들이랑 놀아"라거나 "같이 하자고 해"라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조언은 아이가 처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주문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저마다 성향, 기질, 관심사가 다르다. 하지만 어른들은 때로 모든 아이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이라 기대하며 "친구는 같이 노는 거야"라고 말한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한 아이에게 친구와 함께 놀라고 말했더니, 그 아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얘는 친구 아닌데요. 저는 oo랑만 친구예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이해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펠리 선생님은 <너랑 안 놀아>라고 말하지 않기를 규칙으로 정하는 대신, 아이들과 긴 대화의 과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아이들과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각각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2학년부터 5학년 교실을 찾아가 아이들의 선배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학급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문제를 깊이 공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펠리 선생님은 이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유치원 시기의 따돌림이 시간이 지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당시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나중에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더 나아가 자신의 문제가 아닌 동생의 일이라 생각하고 조언해보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상황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는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책의 일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아이는 따돌림에 관한 말을 잘 알고 있다.
"너랑 안 놀아.", "내 옆에 앉지 마.", "우리 따라 하지 마.",
"너랑 짝하기 싫어." "저리 가."


"놀이를 시작한 건 저였어요! 그러니까 결정도 제가 하는 거예요!"
리사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중략)
"난 같이 놀고 싶지 않은 아이가 와서 놀자고 하는 게 더 슬퍼."

"사람이 살면서 한 번도 거부당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싫어하는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하면 어떡하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리 모두 낯설고 싫은 사람이
우리의 친밀한 놀이에 침입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다.


넬슨에게 나쁜 사람 역할을 맡기는 것은
넬슨이 놀이를 포기하게 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왜냐하면 제가 놀이를 시작했거든요. 아이들은 제가 놀이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죠. 그러면 저는 같이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 모두를 뽑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같이 놀 수 없다고 말해야 해요."

""만일 우리가 착하다면, 그 애에게 함께 놀아도 좋다고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애가 만약 못되게 굴면요? 왜 그 애를 보호해줘야 하지요?
친구가 없다 하더라도 그 애는 착하게 행동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유치원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즐거움과 행복을 넘어서는 깊은 교육적 가치가 필요하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내면의 성장을 이끄는 문제들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마음을 키우는 교육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바른 습관과 포용하는 마음, 타인을 향한 친절과 감사. 이것이야말로 삶의 긴 호흡에 필요한 자양분이다.

이런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유치원 입학을 앞둔 유아기 부모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북클럽을 시작하기로 했다. <따돌림 없는 교실>을 함께 읽으며 긴 호흡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작은 시도지만, 이런 움직임이 변화의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 북클럽의 이름은 <북또다>로 정했다. 이는 "책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또렷하게 들여다보고 다정하게 이해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북또다>가 그런 동행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과 더 깊이 연결되고, 그들의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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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또다> 책 읽기 모임 1탄 / 따돌림 없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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