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신뢰받는 직원이십니까?

- 신뢰의 조건은 성품, 역량 그리고 결과입니다.

by 알레
누군가 당신의 성품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줄 수 있는 수많은 기회 중 하나를 내어줄지는 몰라도, 신뢰가 없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를 내어줄 사람은 없습니다.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강민호 저



알레, 우리 다음번에는 그냥 각자 하자. 네가 약속 안 지킨 거잖아.
미안하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책을 읽다 불쑥 떠오른 기억. 떠올릴 때마다 부끄럽게 만드는 기억이다. 벌써 10년도 넘은 일은 여전히 불현듯 떠올라 아직도 나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 친구는 이 대화를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다. 나의 민망했던 순간을 말이다.






학창 시절의 부끄러웠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은 강민호 마케터님의 책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을 읽던 중 신뢰에 대한 문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원한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뢰를 원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신뢰를 원한다면 결과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강민호 저



창피한 기억을 잠시 꺼내보자면, 대학원생 시절 친한 친구와 함께 발표를 준비하게 되어 각자의 분량에 따라 원서를 읽어오기로 했다. 원서를 읽는다는 것이 다소 버거웠던 나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맡겨진 책임 분량을 완수하지 못한 채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성적은 각자의 발표에 따라 매겨졌지만 그 한순간의 결과로 인해 나는 친한 친구에게 신뢰를 잃게 되었다. 친구 관계까지 멀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나 스스로 저버린 셈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런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친구 사이에서의 민망함 조차도 직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뻔뻔하다. 특히 선임자와의 관계에서 이런 경우를 맞닥뜨리게 되면 그때는 오롯이 모든 불편함을 후임자가 떠안게 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 와중에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은 좋은데 결과는 늘 아닌 경우다. 심지어 미안하다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매번 그 상대방과 얽히면 결과는 매한가지이다. 이럴 땐 차라리 여우같이 굴어도 매듭은 확실하게 짓는 사람이 낫기도 하다. 물론 이 또한 버겁긴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각각의 경우에 따라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 속의 한 사람은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하나 못하는 선임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듯 하지만 그의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비하에 가깝다. 이런 경우 오히려 부탁이나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매우 불편해진다. 심지어 업무의 진행 방향 결정을 후임자가 하게 되는, 일종의 주객전도 현상까지 나타나니 말이다.


또 한 명의 경우는, 말로는 언제나 굉장한 신뢰를 준다. 물론 그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여러 차례 경험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에 신뢰가 없다고 평가한다. 말인즉슨 번지르한 포장에 비해 매듭짓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위의 두 경우와는 달리 생각나는 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친분관계와 상관없이 업무에 대해서는 공과 사가 분명했다. 직급 여부를 떠나서 때로는 자신의 입장이 너무 분명해 상대방이 되려 민망해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대표이사님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는데, 누구보다 업무 처리가 확실했고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거래처를 상대로 손해 보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문장들을 바탕으로 과거 함께했던 직원들을 떠올려보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대학원생 시절의 민망했던 경험 덕분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욕먹지 않을 만큼 늘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해도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무난하게 업무는 마감하는 편이었다.


신뢰의 조건을 성품과 역량, 그리고 결과라고 본다면 위의 짧게 언급한 직원들 중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직원만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추고 있었고 역시나 직장 내에서의 평가도 가장 좋았다.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신뢰받는 태도를 가진 직원이 있는 근무 환경에서는 회의 시간에도 상호 간에 좋은 소리 싫은 소리가 편안하게 오간다.


반면 그렇지 않은 분위기에서는 누구 하나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오히려 서로 좋다는 입장만 반복하던가 아니면 아예 말을 아낀다. 이런 경우 열에 아홉은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수차례 뒷말이 오간다.


강민호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신뢰의 조직 문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진정한 신뢰란 관대하지만 때론 엄격하고, 칭찬하지만 때론 비판하고, 존중하지만 때론 반대하는 사람들, 일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배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로 이루어진 것.



한국 사회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몰라도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일 것 같다. 그러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의 문화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MZ세대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요즘, 기성세대들은 더욱 진지하게 스스로를 고찰해볼 때가 이미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뢰의 문화를 상실한 조직은 결국 사상누각과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조직 문화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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