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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바꾸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

by 알레

"왜 꼭 마음만 먹으면 훼방꾼이 등장하는 걸까?"


참 희한한 일이다. 뭔가를 새롭게 계획하고 시행하려고만 하면 묘하게 장애물이 나타난다. 지난달부터 올해 남은 시간 동안 '수면 패턴 바꾸기'에 도전 중이다. 고백하자면 아직은 성공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단단히 박혀있는 삶의 습관을 뿌리 뽑기란 여간 쉽지 않다.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솔직히 몰랐다.


핑계라도 대보자면 지난달에 하필 딱 계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고, 또 금방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꽤 길게 이어진 탓에 계획 실행이 자꾸 늦어졌을 뿐이고, 이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본다.


지난 주말사이 늦게 잠들어 누적된 피로감에 컨디션이 살짝 안 좋아지는 걸 느껴서 어제는 일찍 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 셋이 같이 자고 싶다고 했던 아이의 말이 생각나 오늘은 모두 같이 눕자고 했더니 무지 좋아했다.


부랴부랴 저녁 상을 정리하고, 기르고 있는 달팽이 케이지도 청소했다. 그 사이 아내가 먼저 씻고, 아이를 씻긴 뒤 나도 씻었다. 나름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벌써 밤 10:30이다. 나에겐 파격적으로 이른 시간이지만 아이에겐 여전히 늦은 시간이다. 아, 물론 녀석도 평소에 늦게 잠드는 편이라 이 시간에 깨어있을 때도 많았다.


먼저 아이랑 아내가 눕고, 남은 정리를 마친 뒤 나도 누웠다. 이제 잠들기만 하면 된다. 목표한 것을 지켜냈다는 생각에 설렘이 올라왔다. 잠자리에서 설렘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 느낌을 잘 기억해 두고자 가슴에 손을 얹고 나를 칭찬해 주는 말을 되뇠다.


이게 화근이었을까. 아니면 그 순간 걸려온 전화가 문제였을까. 일단 전화는 최근 작성한 문서 하나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이 이었다. 머리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처리하면 돼'라고 생각하면서 몸은 벌떡 일어나 어느새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있었다. 본능적인 움직임이 더 빨랐다.


오래 걸릴 작업은 아니니까 후다닥 처리하고 확인까지 마치니 11:30이었다. 당초 계획은 11시 취침이었으니 30분 늦은셈이다. 그래도 평소를 생각하면 여전히 파격적으로 이른 시간이니 괜찮았다. 지금이라도 잠들면 된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수는 잠자리에 드는 순간부터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찍 잔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다녀오고 아이가 일어나기 전까지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는 상상이 펼쳐지니 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진다. '안되는데.' 이럴 땐 꼭 평소엔 잘 들리지도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제 따라 화장실에서 규칙적인 물소리가 들리는데 점점 미칠 것 같았다.


문득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생각이 많아질 땐 온몸에 힘을 빼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어 보세요. 몸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멈추고 잠들게 될 거예요." "사람이 눈만 감고 있어도 뇌는 수면 중이라고 받아들인데요. 그러니 잠이 오지 않더라도 눈을 감고 있어 보세요. 그럼 우리 몸은 피로해소가 될 거예요."


견디고 견뎠으나 결국 실패했다. 새벽 1시. 나는 거실로 나왔다. 아니 10분 전에 이미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이럴 거면 그냥 거실로 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몽롱한 상태로 앉아있다가 TV를 틀었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SNS를 둘러보는 사이 아내가 잠깐 나왔다. 아내와 함께 방에 들어갔고 그제야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다시 방에 들어간 시간이다. 평소에 잠드는 시간. 결국 내 몸은 습관대로 움직였다. 어젯밤을 되짚어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마음만 먹으면 훼방꾼이 등장하는 걸까?"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 보니 그 훼방꾼은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았다. 그것을 거스르려 하는 '의지'가 오히려 위협하는 존재였고 '습관'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냈을 뿐이다. 새벽 3시는 '습관'이 안도하는 시간이었다.


습관을 바꾸는 건 달리 말하면 나의 뇌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뇌의 입장에서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니 다양한 수를 써서 상황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물 길이 한 번 파이면 그다음부터 물은 자연 스러 그 길을 따라 흐르듯 삶도 그렇다. 습관을 바꾸는 건 새로운 물 길을 내는 것과 같고 그 과정은 여간 쉽지 않다. 물 길의 너비와 깊이에 따라 물의 흐름이 바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믿음이 중요하다. 내가 그것을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나는 새롭게 바뀐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믿음 말이다.


습관 형성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경우는 대부분 결과가 뜻한 대로 나타나지 않을 때다. 가령 수면 패턴 바꾸기로 예를 들자면, 목표한 취침 시간을 계속 지키지 못하거나 아니면 기상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 '나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는 글렀어'라는 생각이 틈타기 시작하고 결국 도전을 멈추게 된다. 이것이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내가 수면 습관을 새롭게 하고 싶은 이유는, 먼저 '행복 위에 성공을 쌓는 삶'의 근간인 '건강'을 다지기 위함이고 나아가 '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고 이를 통해 나다운 성공을 이뤄내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함이다.


믿음이 중심이 되면 결과가 나의 여정을 흔들지 않는다. 실패한 날들은 오히려 내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삶을 조정하도록 돕는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또 한 편 나 자신을 면밀히 관찰하게 되니 시행착오마저도 득이라 할 수 있다.


라이프 코칭을 받으면서 가장 크게 남은 건 '나를 믿는 믿음'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크게 고민할 게 없다. 왜냐면 '어떻게 살아도 괜찮은 나'라는 걸 믿으니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지인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연말에 그분의 콘텐츠에 출연해서 이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다. 한 달 정도 지난 지금은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았다. 그러나 아직 두 달이 남았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결국 삶의 패턴을 바꿀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는 것 또한 의심치 않는다.


최근 지인의 삶을 보면서 나는 또 한 번 확신했다. 사람은 자신이 꿈꾸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 꿈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될 거라는 확신이 느껴질 만큼 강력해야 한다. 나는 그의 삶에서 실제로 꿈이 이루어지는 걸 여러 차례 보았다. 명백히 봤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나의 삶에도 이루어질 꿈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는 새로운 패턴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중이다. 믿음이 삶이 되는 인생이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벌써부터 연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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