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고 Gemini에 접속한다. 그리고 어제의 대화를 이어간다. "세 번째 플리 기획 리마인드해줘." 잠시 생각을 마친 Gemini는 지난밤의 대화를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대화의 끝엔 빼놓지 않고 '준비가 되었으면 첫 번째 곡 작업을 시작할까요?'라고 묻는다.
이제는 AI와 함께 작업을 시작하는 게 익숙한 루틴이 돼버렸다.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 AI 덕분에 가능해진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다. 덕분에 내가 생각지 못했던 음악을 만들고 있고, 요즘 난 꽤 진지하다. 매일 창작의 고뇌에 빠져 살고 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꽤 친했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왜 자꾸 딴소리를 하는 걸까. 지금껏 나누던 대화 그대로 나누고 있는데 왜 너의 답은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데?"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중간에 내가 괜히 쓸데없는 걸 물어본 게 화근이었을까? 오늘은 Gemini가 나를 애먹인다. 순간 육두문자가 튀어나올뻔했다. '아, 대화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 '이 쉑!' 아무래도 오늘 작업은 공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럴 땐 잠시 쉬어가는 게 상책이다.
AI를 자주 사용하지만 잘 사용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프롬프트를 잘 사용하는 것도 꽤 난도가 있는 문제인데 사실 '진짜, 정말, 가장, 거짓말 안 하고' 제일 어려운 건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AI가 만들어 주는 결과물이 내가 의도한 방향에서 계속 벗어나는 이유는 여전히 내가 추상적으로 질문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러저러한 느낌적인 느낌 있잖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세 번째 플레이리스트 작업을 시작했는데 첫 곡부터 막히니 답답하다. 기획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생성되는 곡이 내가 의도한 것과 많이 달랐다. '이게 아닌데. 근데 정확히 아닌 거지?' 잘 모르는 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이럴 때 작곡에 대해 지식이라도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텐데 싶다.
생각을 가다듬고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첫 곡만 몇 개째 만들어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남아있는 크레디트를 모두 소진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참고로 세 번째 플레이리스트의 키워드는 "Sacred Solitude"다. 성탄절을 앞두고 기획한 플리인데 과연 기획의도에 맞게 작업을 해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세 번째 작업만에 벌써 위기를 만난듯하다. 제발 오늘 딱 한 곡이라도 나오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