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뼛속까지 나다움을 추구하는 알레 작가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팟캐스트나 유튜브 녹화를 하고 있다면 오프닝 인사말로 이렇게 했을 것 같다. 참여하고 있는 챌린지 모임 덕분에 플레이리스트 작업에 속도가 더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6번째 작업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바로 7번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업도 반복하다 보니 나름의 워크 플로우가 생긴 듯하다.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할 때처럼 플레이리스트 작업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일단 손에 잡히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점점 정돈이 되어간다. 다른 무엇보다 음악의 감성적 방향이 좀 정리가 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앰비언트 음악이라는 것이 막상 AI로 작업을 해보니 원치 않는 잡음이 꽤 많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도저히 내가 익히 들어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을 프롬프트 만으로 구현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AI는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는 게 아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장르에 해당하는 분위기를 조합하여 연출해 내는 것인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점이다.
물론 개인의 만족도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싶다면 AI에 대한 기대치는 일단 많이 갖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야 키워드 몇 개만 넣으면 뚝딱하고 음악이 만들어지니 신기할 수 있지만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점점 그 한계를 경험하게 될 테니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니 지금 난 최선을 다해 SUNO AI를 구워삶은 수밖에 없다.
알맞은 프롬프트를 찾아 삼만리도 아니고, 매 작업 때마다 키워드 하나씩, 템포를 미세하게 조절해 보면서 결과를 비교해 나다가 보면 나중엔 다 거기서 거기같이 들릴 때도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거다!'라는 느낌이 오는 한 곡을 만났을 때의 희열이란. 깊어가는 새벽녘 혼자 방에서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도 그렇다. 거의 이틀간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나지 못해 심신이 지쳐있던 때에 드디어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음악을 만났다. 심지어 큰 변수 없이 생성되는 곡마다 바로 사용해도 될 만큼 만족도가 높은 곡들이다. 덕분에 이틀간 고민해도 진척이 없던 작업이 거의 2시간 만에 일단락 지어지는 중이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나는 더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아무래도 추구하는 음악의 분위기도 조용히 나의 내면에 집중하기 좋은 음악이라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또 되묻는다. 그리고 그 음악이 닿길 바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끊임없이 상상해 본다.
아직도 대상을 특정하기엔 다듬어야 할 부분과 덜어내야 할 나의 욕심이 많이 있지만 작업을 반복할수록 점점 더 선명해짐을 느낀다. 가장 단순하게는 '이 음악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인가?'에 긍정의 답이 나올 때까지 선곡을 반복한다. 때론 좀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며 덜어내다 보니 욕망의 진자 운동이 점점 사그라드는 기분이다.
수익 창출의 구간에 언제쯤 접어들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8번째 플레이리스트 작업부터는 일관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AI로 음악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의 표면적인 목적은 수익화일지 몰라도 더 본질적인 목적은 역시 나다운 삶의 여정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하는 것을 카피하듯 벤치마킹하여 내 것으로 옷을 갈아입히는 방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결국 힘을 잃어버릴 거라 믿는다. 그래서 더뎌도 한 걸음씩 온전한 내 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무엇을 하든 결론은 같다. 나에게서 출발하는 것.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지금껏 그래보지 않았다면 올 한 해는 진짜 나로 살아보자. 아니, 최소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걸음을 떼어보자. 내 삶에 그 색깔이 묻어날 때까지, 주변에서 그것을 느낄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해 보자.
나다운 삶은 그런 삶이다. 복잡하고 이기적인 게 아닌 나로부터 시작하는 지극히 단순한 삶. 오늘도 글을 쓰며, 음악을 만들며, 가족과 함께하며 계속 그런 삶을 쌓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