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시간은 많은데 왜 하루는 늘 모자랄까

by 알레

새벽 3시. '오늘은 딱 여기까지만 하고 자야겠다.' 마음을 먹어 보지만 몸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는 상태다. 화요일 밤에 업로드할 계획인 11번째 플레이리스트 작업이 아직 한 참인 상황에서 도저히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되었다. 순식간에 1시간이 더 흘러버렸다.


'4시를 넘기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만하자.' 이번엔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노트북 배터리도 5% 밖에 안 남은 상태였다. 방으로 들어가 충전기를 연결했다. 그리고 불을 끄고 잠을 자러 갈 줄 알았는데, 노트북에 충전기를 연결하면서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서서 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30분을 더 지체한 뒤에야 방에서 나왔다.


결국 업로드 전 거의 마스터링 작업까지 다 끝내고서야 일어난 셈이다.


얼마 전에 소셜 미디어에서 습관 관리 전문가 분과 짤막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그분이 썼던 단어가 '컷오프'였는데, 일이 다 끝나지 않았더라도 정해놓은 시간이 되면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조금 더, 조금만 더'라는 마음에 무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이런 날들이 누적되어 자칫 컨디션이 한 방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흐름을 끊고 그다음으로, 또는 쉬는 시간으로 넘어갈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분이 내가 제일 약한 부분이긴 하다. 성향 자체가 계획적이지 않다 보니 기분에 따라, 흐름에 따라 작업량이 제각각일 때가 대부분이다. 바로 오늘 새벽도 그랬다. 분명 몸은 피곤했다. 자정 전,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1시 정도까지만 하고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컷오프'하지 못하고 결국 새벽 4시 30분까지 일을 지속했다.


물론 덕분에 오늘 낮에 콘텐츠 업로드 예약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컷오프'하지 못하면 언젠간 또 몸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하루를 좀 여유롭게 보낼 수 있냐 하면 정작 그건 또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누적된 피로감으로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문득 고등학생 때가 떠오른다. 전교에서 상위권을 다툴 만큼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한 번은 그 친구에게 시험기간에 얼마나 자는지 물어봤다. 왜냐면 나는 늘 밤을 새워가며 시험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8시간.' 그 친구의 답이 잊히질 않았다. 거의 매일 일정한 시간의 수면 패턴을 이어가야 컨디션이 유지가 된다는 말을 덧붙인 그 친구의 말이 새삼 떠오른 건, 그로부터 20년 이상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올빼미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몰입의 패턴이 다르기에 한 밤 중에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안에는 이 지독한 패턴을 바꾸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익숙한 대로 살며 바꾸기 위한 선택을 미루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늘 몽롱한 상태로 오후를 보내니 다시 밤에 안달 날 수밖에.


작년 하반기에 이 지독한 습관의 고리를 끊어보려 했지만, 개인적인 일로 멈춰야만 했다. 정신을 차린 뒤에는 손에 익지 않은 플레이리스트 작업을 하며 숱한 날들의 밤을 지새우고 있는 중이다.


올 한 해 단 하나의 목표를 말해 보라면 난 수면 패턴 바꾸기라고 말하고 싶다. 틀어진 삶의 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근원이라고 생각하기에 올해만큼은 꼭 이루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밤의 작업을 이어가는 아이러니한 삶을 사고는 있지만.


아직은 패턴화 하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자정 무렵을 넘어서까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최소한 스스로 정한 컷오프 타임만큼은 지켜내 보리라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