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by 알레

없어졌던 스타벅스가 다시 생겨났다. 이미 수개월 전 일인데 이제야 이전한 매장에 처음 가봤다. 집 근처에 즐겨 가던 스타벅스가 돌연 영업을 종료했고 그 자리에는 명상센터가 들어섰다. 개인적으로는 참 뜬금없고 맥락을 알 수 없는 변화였지만 들리는 말로는 건물주의 선택이라니 스타벅스 애용자로서는 그저 볼멘소리 한 마디 내뱉는 게 전부였다.


이후 10분은 더 떨어진 매장을 종종 이용했지만 역시 '애데렐라' 아빠에겐 고작 10분 더 멀어진 것도 걸음을 재고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추워진 날씨도 한몫한 탓에 한동안 집 밖으로 잘 나서질 않았다. 즐겨가던 매장도 원래 위치의 근처에 재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집에서 작업해 버릇하니 또 이전처럼 의지가 생겨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실로 오랜만에 카페를 찾았다. 정말 오랜만이라고 느낀 건, 1월에 생일이라고 스타벅스에서 제공해 준 음료 쿠폰의 기한이 만료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보통 생일에 제공되는 쿠폰은 기한이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아 빨리 사용해야 한다. 이전 같으면 바로 다음날 이미 썼을 텐데, 이 아까운 쿠폰을 날려버릴 정돌 발길이 뜸했다니. 그간 좀 격조했다.


새로운 공간은 언제나 낯설기 마련이다. 아무리 스타벅스라 해도 처음 방문해 본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일단 죽 둘러보며 어디에 앉아야 안정감이 느껴질지 구조를 살핀다. 전에 비하면 거의 1/3 수준의 크기로 줄어든 탓에 위치를 잘못 잡으면 내내 집중력을 잃고 말 것이기에 신중하게 자리를 고민했다. 마침 안쪽 스터디 테이블에 있던 손님이 일어나는 걸 보고 바로 자리를 잡았다. 다행이었다. 곧 직장인들이 몰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설 때 다짐했던 건 그간 잘하지 못했던 독서를 꼭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뒤로 하루의 절반 이상은 음악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가 쏠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읽지 않으니 쓰기도 어렵고 생각도 고여만 가는 기분을 느낀 지는 꽤 되었다. 그럼에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플레이리스트 작업에 익숙해지기 위해 조금은 과도하게 시간을 안배했던 것에 이제는 불편한 마음이 생겨나는 걸 보니 균형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나저나 참 희한하다. 집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왜 꼭 카페에 나와야 잘 읽힐까.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컵라면은 PC방, 짜장면은 당구장과 같은 느낌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몇 페이지라도 책장을 넘기니 채워지는 기분을 느낀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은 노트북을 펼친다. 한 사람 한 사람 어떤 작업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빠르게 곁눈질하듯 둘러보면 정말 쉴 새 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참 열심히 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어떤 삶을 향해 지금 이 시간을 '열심'으로 채우는지는 모르지만 우린 모두 각자의 삶에 진심이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겠구나 생각하며 다시 작업을 이어간다.


돌아보면 지난 5년간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삶은 '열심'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듯 보일 때가 더 많았다. 솔직히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긴 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까를 고민하는 사이 골은 더 깊어져 가고 있는 걸 보면서 그냥 '모르겠다'로 대수롭지 않은 듯 상황을 넘겨버린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고민하지는 못하겠다. 어느덧 4시다. 앞서 말했든 나는 '애데렐라' 아빠다. 이제 호박 마차의 마법이 풀리기 전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청소를 하고, 쌀을 씻고 밥을 안치고 아이 유치원 하원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한다.


여태 답을 내지 못한 고민은 내일 다시 이어가기로 하고, 오랜만에 누린 카페에서의 시간도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