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탱해주는 일상의 소중함

by 알레

즐겨가던 스타벅스 매장이 문을 닫은 이후 10분 정도 더 떨어진 곳에 새로 오픈한 매장을 이용 중이다. 최근 마음이 좋지 않은 일을 겪고 난 뒤 이틀 정도는 낮에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카페에 왔다.


다시 꺼내 입은 맨투맨 위에 외투처럼 남방을 걸쳤다. 서늘한 기온이 느껴지는 거리의 가로수들은 서둘러 가을의 물을 올리는 중이다. 여름이 길더라니 역시나 짧아진 가을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최선을 다해 누려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까지 해본다.


점심시간 무렵 찾은 매장엔 역시나 손님들이 많다. 자리가 없으면 밖에 앉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애매한 자리들이 몇 개 남아있다. 이럴 땐 혼자라는 것의 장점을 느낀다. 아무래도 직장인들은 여럿이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것에 비해 나는 일단 어디라도 끼어 앉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혼자만의 특장점이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카페 공간이 참 신기한 건 한바탕 소란스러운 가운데에도 책은 잘 읽힌다는 점이다. 유달리 귀에 꽂히는 특정 소음이 아닌 전체적으로 웅성거리는 소음은 오히려 백색소음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걸까? 매번 신기할 따름이다.


오늘은 그동안 읽던 책이 아닌 새로운 책을 들고 나왔다. 마이클 싱어의 저서인 '상처받지 않는 영혼'인데 오래전 지인의 소개로 구입하고 여태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이다. 최근 겪은 일 때문에 제목이 딱 눈에 들어왔다. 저자 소개부터, 추천사, 서문, 그리고 1장까지 읽었는데 그간 주로 읽던 책들과는 조금 다른 분야의 책이어서 그런지 문장이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덕분에 점점 졸음이 밀려와 책을 덮었다.


사실 요 며칠 잠이 부족했던 탓에 오전 내내 집에서 졸다가 나왔는데, 아무래도 졸음이 다 가시질 않았나 보다. 아니면 바로 커피를 주문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잠을 확 깨우는 맛의 아메리카노라도 마시면서 읽었음 좀 나았을 텐데.


졸음을 이겨가며 천천히 겨우 1장을 읽었지만, 1장에서 이야기 다루는 내용은 흥미롭긴 했다. 내면에서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우리는 쉽게 그것들이 '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들은 진짜 내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나는 그 소리들을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나'이기에 마음대로 지껄이는 마음의 소리를 나와 동일시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지난날 일어난 일들도 그 일(팩트) 자체보다 뒤이어 일어나는 마음의 소란(상상) 때문에 더 불편했던 것 같다. 팩트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감정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매장은 다시 한산해졌다. 구석 자리로 옮긴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잠시 창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 보고, 가을 풍경을 눈에 담아보았다.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인생이란 언제고 비일상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럴 때 삶을 지탱해 주는 게 일상이다. 때론 단조롭고 지루해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마음이 무너질 때나 힘든 일을 겪을 때 그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일상의 역할이기도 하다.


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던 오후의 햇살과 구름 낀 파란 하늘, 그리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로수가 이렇게 삶의 위안이 된다는 것에 새삼 뭉클해진다.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사랑스러운 존재가 귀가하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건 카페에 앉아 누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도 끝이 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평온함을 느낀 하루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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