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진짜로 삶이 변한다

by 알레

퇴사 후 종종 했던 생각 중 하나가 '왜 맨날 나는 제자리인 걸까?'였다. SNS를 보면 퇴사 후에 자유롭게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보이는데 나만 늘 갈팡질팡하는 듯 보일 때면 불안했고 두렵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삶의 시계를 길게 되감아 보곤 했다. 1년 전에서 4년 전으로, 4년 전에서 10년 전으로. 그렇게 점점 멀어지다 보면 내 삶도 항상 제자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2015년의 나는 2025년의 내가 이렇게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을지 전혀 몰랐다.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어떻게 살아가는 게 나다운 삶인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전혀 몰랐다. 작가라고 불릴지도 몰랐고, 글을 쓰면서 내 문체, 말투, 부족한 어휘력에 자괴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늘의 내가 좀 신기하긴 하다. 아무리 과거를 되짚어봐도 글쓰기가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될 거라는 단서는 몇 가지 작은 조각 빼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글쓰기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과거 회사를 다닐 때 '어떤 회사의 누구'라는 정체성이 사라진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정체성은 '작가 알레'일만큼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나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낯설 때도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재밌기도 하다.


가끔은 왜 그토록 '변화'를 갈망했을까 골몰할 때가 있다. 그 마음 한 편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라는 것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인정'을 전제하니 보이는 결과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했던 건 '기준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세상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매일 넘쳐나는데 대체 나는 누구에게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인정을 받았다'라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겠나.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라는 말을 한다. 그저 듣기 좋은 말처럼 들었던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안다.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점점 기준은 상향 평준화가 되기 쉽다. 그나마 상향 평준화된 기준도 또 새로운 누군가가 나오면 깨지기 쉽다. 시지프스가 받은 형벌처럼 그때부턴 무한궤도에 올라서게 된다. 만족이 없는 무한궤도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한 분명히 변한다. 정체된 삶은 죽음뿐이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구체적이든 모호하든 상관없이 그 삶은 매일 어디론가로 향해 나아간다고 믿는다. 삶에서 믿음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믿음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삶이라는 강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 삶이 제자리인 것 같이 느껴진다면 그때는 상황이 아닌 나의 믿음을 점검해 봐야 한다.


지난 4년의 글쓰기를 되돌아보면 나는 글 속에 나의 믿음을 담아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믿음이 굳건할 때도 있지만 당장 깨질 것처럼 불안정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기록하고 또 기록하며 끊임없이 강화시켜 나가는 중이다.


글이 나를 빚어갈 것이라는 생각과 글이 쌓이는 만큼 나의 세계도 확장되어 간다고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서 더 이상 '왜 내 삶은 제자리일까?'라는 의미 없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한 계속 나아갈 것이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기에 오늘도 글을 쓰며 삶의 여정을 어이 갈 뿐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