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잘 살기 위해선 '의미충'이 될 수밖에 없다

by 알레

법정 스님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하루를 허겁지겁 시작하느라 이부자리를 정리하지 못하고 길을 나섰는데 하필 버스 사고가 난 것이다. 순간 들었던 생각은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정돈되지 못한 모습일까 봐 염려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건 어찌 보면 아주 기초적인 생활 습관 중 하나일 것이다. 거기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당장 내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 아침 침대 정리하고 나왔어? 그게 너에게 어떤 의미야?"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상상하건대, 시비 거냐는 표정이거나 아니면 무언의 욕을 날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궁금하면 당장이라도 옆 사람 붙잡고 테스트를 해봐도 좋다.


이런 질문에 정성스러운 답을 해주는 경우는 높은 확률로 질문의 의도를 알고 있거나 아니면 자기 계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지금의 내 주변에는 워낙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 보니 대화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아마 소싯적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바로 친구 사이에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친근한 육두문자를 듣게 되리라 확신한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를 잘 살아가고자 한다면, 결국 '의미 부여'를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쳇말로 '의미충'이라고 불릴 정도로 삶의 전반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의미를 발견하려 한다. 때론 피곤할 때도 분명 있다. 그러나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오늘'만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인식의 변화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는 정말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 면밀히 분석해 보면 깨어있는 시간 중 일부는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 반성에 할애할 것이다. 또 일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내일에 대한 두려움, 걱정, 염려, 불안을 끌어안고 살기 바쁘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에도 과연 '오늘'을 감각하며 살아가는 건 얼마나 될까.


물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것과 내일을 준비하는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절대 아니다. 단지 나 자신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이 둘의 비중이 높았음을 깨달았고 의외로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질문을 건네 보았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그들이라고 내일에 대한 불안함이 없을까?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다만 그것들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것을 최소화한다. 곱씹고 고민할 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행동한다. 하나씩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것을 해내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하루가 저물어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나 오직 나를 위한 시간, 그리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마저도 이들에겐 보상으로 다가온다.


이 경험을 가장 짙은 농도로 경험했던 적이 군대에 있을 때였다. 군 시절엔 정말 오늘만 살아가는 삶에 충실했던 것 같다. 어차피 하루 일과가 끝나면 딱히 즐길만한 것도 없고, 밤늦게까지 깨어있을 이유도 없는 환경이었던 만큼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가장 큰 보상이었고 밤 10시가 되어 누워 잠들 때가 가장 행복했다.


물론 내일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었다. 군인에게 '내일이 오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하루를 가장 망쳤다고 느낄 때마다 유독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을 때였음을 깨달았다. 온전히 내게 주어진 하루에 충실하지 못했을 때 언제나 밤은 길어졌고, 정작 그 밤 동안 딱히 더 나아간 적도 없었다.


아마 누구나 마음 한 편엔 하루를 정말 잘 살아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아 괴로운 날들이 누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의미충'이 되어 보는 것이다.


평소엔 어떠한 의미도 찾아볼 수 없었던 작고 하찮은 행동과 순간 머물다 지나가는 감정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해 보자. 아마 '뭐 이렇게 까지 해?'라는 마음이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감각의 민감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점점 먹는 것, 입는 것, 생각하는 것, 주변 관계, 환경, 등 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하나씩 바꿔 나가게 될 것이다.


삶이 달라지길 바라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딱히 결과가 느껴지지 않는 건 어쩌면 너무 큰 변화들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변화의 핵심은 '나'라는 우주를 이루는 원소 같은 것들의 변화라는 점을 잊지 말자.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보편적으로 알려진 매일 아침 이부자리 정리하기나 공복 상태에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 하루의 시작을 질적으로 어떻게 달라지게 만드는지 느껴보자. 아마 전과 다른 아침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