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실패 후기를 쓰는 게 좀 웃기긴 하다. 그래도 감추고 싶지 않았다. 새벽 4시 기상 2일 차의 기록. 오늘은 여지없이 실패였다. 근데 솔직히 실패할 줄 알았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실패하는 게 당연했다. 새벽 기상의 철칙을 스스로 어겼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잠드는 게 먼저다.
그렇다면 왜 일찍 잠들지 못했을까. 이유는 하나가 아니었다. 오늘 이 실패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단 하루의 성공을 넘어 삶의 루틴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씩 해부해보겠다.
먼저 어제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월요일 밤, 아이와 함께 밤 10시에 누웠다.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잠든 건 10시 30분쯤이었다. 아내가 들어올 때 잠깐 깼지만 금방 다시 잠들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찍 일어나겠다는 생각을 너무 강하게 한 탓인지 꿈속에서도 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쯤이면 새벽 4시가 됐겠다 싶어 눈을 떴는데, 시각은 새벽 1시 20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약 2시간을 설쳤다. 뒤척이다 지쳐 그냥 일어났다. 낮에 잠깐 자면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작업을 마치고 막 낮잠을 자려던 참에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문서 하나만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꽤 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후 4시. 타임 오버, 아이 하원 시간이었다. 그때부터는 저녁 준비, 치우기, 목욕, 잠자리 준비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어느새 밤 10시가 넘었다.
월요일엔 밤 10시에 이미 누웠는데, 화요일엔 밤 10시가 되어서야 아이를 씻겼다. 부랴부랴 나도 씻고, 달팽이도 씻겼다. 참고로 우리 집엔 달팽이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결국 11시가 다 되어서야 누웠다. 그것도 잠시, 아내의 귀가 소리에 아이가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모자의 정을 한껏 나누고 나서야 다시 누웠을 땐 이미 11시 30분이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1. 월요일 수면이 부족한 채로 화요일 새벽 기상을 했다.
2. 낮잠으로 회복할 기회를 놓쳤다.
3. 독박 육아로 피로도가 절정에 달했다.
4. 결정적으로, 늦게 잤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수개월을 올빼미로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새벽형 인간이 되려 했으니 몸이 축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멍하게 보냈다.
소셜 미디어에 새벽 기상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을 남겼다. 돌아온 답은 예상대로였다. 일찍 자야 한다. 알면서도 굳이 물어본 건, 거창한 목표나 동기가 있어야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첫 발을 떼는 데 굳이 무거운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첫걸음이 가볍다. 큰 목표 없이 그냥 시작하고, 거기서 쌓인 기분 좋은 경험이 습관을 만든다. 새벽 기상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실천할 건 일찍 자는 것이고, 그다음은 새벽 기상이 주는 효용감과 성취감을 반복해서 맛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의 진짜 과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밤 10시에 잘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것이 새벽 기상보다 먼저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지금까지 불안하게 흘려보낸 내 삶을 바꾸는 가장 작고 확실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