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생산자가 되어야 합니다.

- 글쓰기 1년. 이제는 글쓰기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by 알레

소비는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하다. 삶의 대부분은 소비와 연결되어 있다. 직장인이라면 더욱 소비생활이 일상적이다. 출퇴근 길에 시간을 소비하고, 그 시간 동안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업무시간에는 나의 지식과 에너지, 그리고 때론 감정을 소비해야만 하루가 채워진다. 한 달을 그렇게 살다 보면 그 대가가 지불된다. 그러나 이미 저질러 놓은 소비들 덕분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텅장을 볼 때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한 숨을 깊게 내뱉으면서도 여전히 그 길에 머물러 있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삶을 살아갈 방법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산 모터 달린 조립식 자동차. 어린아이들이 블록으로 만든 알 수 없는 무엇. 나이가 들어서도 블록을 사서 배를 만들고, 성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생산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와 결과물에 대해 애착이 있다.


내 것, 내가 만든 것이 주는 만족감과 즐거움이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고 보니 왜 그리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집착을 하시는지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역시 '나의 창조물'이라는 생산자의 애착이 남아 있다는 점을 나 역시 느끼게 된다.


생애주기를 경험하며 점점 생산 활동의 기쁨에서 멀어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무엇을 만들어도, 그저 낙서뿐인 도화지의 그림조차 잘했다는 말을 연신 들었던 꼬꼬마 시절과 달리 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 자꾸 창작물에 대한 의도와 목적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면 이 마저도 희미해져 버린다.


직장인의 생산 활동은 그저 주어진 오더를 이행하는 활동으로 전락해버리기 쉽다. 그래서 직장 생활에는 언제나 애환이 남는 법이고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그 시간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직장생활은 남의 것을 위해 내 것을 소모하는 시간이었다.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았지만 삶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만 쌓였다.


현실의 답답함이 깊어질 때 어린 시절 나를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 시절 친구들과의 놀이를 기억해 보았다. 맥락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없지만 우리는 스토리를 만들었고 스토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한 희미한 추억은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갈망을 더해주었다.




결국 우리는 생산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나에게 생산자가 되어야 함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직장생활의 불만과 소비가 일상인 현실의 암담함이 밀려온다면 이제는 생산활동을 시작할 때다.


사람은 온전한 자신의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직장생활은? 나의 에너지를 써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결과에 대한 보상은 마음에 위안을 삼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때로는 월급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동기를 깎아버리기도 한다. 현실은? 육아, 가사노동, 대부분 나를 소모하는 영역이다. 누구를 만나든, 문화생활을 하든, 여행을 가든 생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을 풀어내는 행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럴 때, 오롯이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유일한 내 것을 소유하는 행위가 바로 글쓰기이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자신이 속한 직장을 욕한다. 엄밀히 말하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사장이고 내 사업체라면, 입장이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가 내 사업체를 돌보는 마음과 유사해 보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무모해 보일 만큼 그냥 시작하지만 절대 그냥 발행하지는 않는다. 퇴고 과정을 거치고 오탈자라도 수정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곧 생산자의 애착인 셈이다.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을 가드너의 마음과 비교하는 글을 종종 본 적이 있다. 작물을 심고 애지중지 보듬어주고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는 인고의 과정이 글 쓰는 마음과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글 하나를 쓰는 과정이 때로는 '내가 이것을 왜 시작했을까'싶을 만큼 지난한 과정이 되기도 하지만 끝내 완성했을 때의 만족감은 나에게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아무런 생산 활동 없이 삶에 찌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종이와 펜을 꺼내 든,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든, 자신의 소셜 플랫폼을 열든 글쓰기를 시작하라.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가장 저비용 고효율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