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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12. 2022

이야기는 기록이 되었고 기록은 다시 이야기가 되었다

- 아직도 자신의 삶이 그저 평범하다고 말하는 당신께

"만약에 누군가 당신이 삶에서 겪은 평범하지 않은 경험 한 가지를 1000만 원 주고 사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은 그 경험이 당신의 삶에서 왜 특별한지에 대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즉시 당신의 통장에는 1000만 원이 송금될 것입니다."

"단, 지금으로부터 딱 30분 드리겠습니다."

"자, 시-작!"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당장 뭐라도 찾아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나의 삶은 그저 평범하기만 하다고 여기며 1000만 원을 포기하시겠습니까?






글의 서문을 쓰면서 동시에 나는 나도 모르게 지난날의 경험들을 찾아 기억 회로를 돌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저 상상 속에 써본 글이지만 실제로 이런 이벤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못내 아쉽다. 나 제법 여러 개 꺼내볼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그 짧은 순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제 인생이 그저 평범해서...'라는 표현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나의 인생은 그저 순풍에 돛 달고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그저 지루하게 열심히만 살아온 모범생 인생 이야기만 가득해 보였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나는 이야기 꾼이 되었다. 모임에서 수다쟁이가 되었고, 끊임없이 글을 생산해내는 사람이 되었다. 어떻게 인생이 이렇게 뒤바뀔 수 있었을까?






1. 이 또한 글쓰기의 선물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대략 1년여 시간이 흘렀다. 쓰기 위해서  거리가 필요했다. 이왕 쓰는  지루하지 않은 기가 되길 바랬다. 그런데, 문학 작품을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내가   있는 이야기라고 해봐야 고작  인생 경험들 뿐인데, 그저 순탄하게 살아온듯한 나의 인생에 이야깃거리가  만한 에피소드가 있긴  것일까?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나의 인생 경로를 요약해보면 '학교, 집, 교회, 집,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함, 현재는 육아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별것 없어 보인다. 당장 답을 찾아낼 수 없던 그때는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럴 때 가장 쓰기 쉽고 편한 주제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다. 보통은 직장 생활이 될 것이다. 그 현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속에서 요동치는 나의 감정들을 생각나는 대로 읇조리듯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도 유독 직장을 소재로 한 글들이 참 많이 올라오는 듯 보인다. 직장은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곳인 만큼 소재가 무한히 생성된다. 여기서 또 하나 글쓰기 팁이 있다. 어느 부서를 가든 입담꾼이 있기 마련이고 그 옆에는 확성기 같은 사람이 꼭 함께 다닌다. 내가 할 일은 귀를 잘 열어두고 있기만 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귀만 열어두라는 것. 입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여는 것이 직장 내에서 나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상사 이야기, 개인사, 부서 이야기, 부조리, 불편한 상황들, 회사를 대상으로 온갖 루머와 불편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 그것을 주워 담아보자. 단, 누군가로부터 주워 담은 것들을 글로 남길 때는 눈치채지 못하게 덜어낼 것은 덜어내 주는 것이 좋다. 여기서 직장생활 이야기를 글로 쓸 때의 팁을 하나 더해보자면 특정인 또는 특별한 상황에 대한 것이라 할지라도 보편적인 것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글이 쉽게 쓰이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군대 이야기, 시댁 이야기와 함께 영원히 마르지 않을 3대 소재라고 생각한다. 지구 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장이 존재한다. 규모도, 시스템도, 업종도, 업무도, 정말 다양하다.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직장 이야기가 식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하나하나 읽어보면 각자의 경험은 말 그대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평범한 삶이라고 느끼고 있다면 지금 내가 속해있는 집단과 그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천천히 생각해보라. 당신은 결코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



2. 나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글쓰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소재를 찾기 위해 경험에 대한 기억을 더 잘게 쪼개는 것도 나름 익숙해졌다. 글쓰기의 효용 중에 하나는 삶을 보다 면밀히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저 뭉뚱그려 바라본 나의 인생은 정말 지루한 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커다란 시간의 덩어리를 반으로, 또 반으로, 반에 반으로 계속 쪼개다 보면 굵직한 사건과 사건 사이에는 무수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간을 쪼개 보는 것을 횡적 접근이라고 본다면 이제는 종적 접근을 해보는 것이다. 에피소드 하나를 선택하여 깊게 파고들어 가 보자.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경험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는지, 머물렀던 공간은 어떤 곳이고 시간은 언제였는지, 그때 내 감정은 어땠는지 다양한 각도로 분석해볼 수 있다.


'학교, 집, 교회, 집,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함, 현재는 육아 중'이라고 요약했던 나의 삶에는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을까. 수많은 에피소드 중 대학생 시절의 경험을 통해 소재를 꺼내는 방법에 대해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스페인어를 전공했다. 학과 내의 원어 노래 학회 활동을 하며 이런저런 무대에서 공연을 해보기 했다. 무대 경험 덕분에 친구랑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본 경험이 있다. 전공 덕분에 살면서 또 언제 가볼까 싶은 스페인에서 4개월을 살며 어학연수를 했고, 생전 클럽 한 번 가보지 않았던 내가 스페인에서는 죽돌이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신나게 놀았다. 아마 그 시절에 마신 술은 40 평생 마신 술보다 많을 것이다.

밤새워 놀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추로스 집이 있었다. 마치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내듯 갓 뽑아낸 추로스를 진하게 녹인 초콜릿에 찍어 한 입 먹는 순간 '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침 6시-7시 사이 귀갓길에 경험한 초콜릿을 곁들인 추로스는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우리나라에 스페인어 전공자는 제법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 노래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아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을 여행해본 사람은 많을 것이지만 밤새 클럽에서 놀고 돌아오는 길 그 아침에 Chocolate con Churro의 행복한 맛을 경험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누구나 다 이러한 경험이 있다고 믿는다. 그저 찾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쉽게 말하지만 사실 그 어느 누구도 동일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우리 각자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삶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단지 그것이 기록되면 에세이가 되고 소설이 되고 드라마가 되는 것뿐이다. 재밌는 것은 기록은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삶이 지속되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우 두 돌이 지난 아기에게도 그 짧은 시간의 경험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새롭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재미난 것을 보게 된다. 어른들은 굳이 쳐다보지 않는 소파 밑, 냉장고와 벽 틈새, 먼지만 가득할 것 같은 어느 구석진 곳을 신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봐야 뭐 다른 게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어른과 달리 아이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고 무언가를 숨겨놓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돌아봐야 뻔하다고 여겼던 나의 삶에도 아이의 소파 밑 공간과 같이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나의 삶이 그저 평범해서 꺼낼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글쓰기를 시작해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야기는 기록될 것이고 기록은 다시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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