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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28. 2022

그냥 쓰고 싶어서 계속 씁니다

- 알레는 글을 쓰고 싶어서.

그냥 글이 쓰고 싶었다. 입으로 주절주절 거리듯 글을 쓰고 싶어서 무조건 노트북을 켜면 브런치에 접속해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아무 생각 없이 흰 바탕을 보고 있으면 잠시 동안은 멍하다. 그러다 조금씩 단어와 문장이 툭툭 내뱉어진다. 영화 CG로 만들어본다면 마치 머리에서 글자들이 튀어나와 화면에 새겨지는 듯한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글을 처음 쓸 때는 반응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마치 독자의 반응이 내 글의 질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되는 것처럼 여겼다. 당연한 결과지만 반응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다시 마음을 잡고 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책을 출간해보고 싶어졌다. 주변에서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출간 계약 소식을 들을 때면 그게 그렇게 부러워 한동안 침울해지기도 했다. 


글쓰기에 대한 감정이 요동치던 시간을 지나오니 이제는 글쓰기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지금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나는 그냥 글이 쓰고 싶어서 쓴다. 








어느새 글쓰기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최근 주 3회 이상은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가 싶을 때도 있지만 평소에도 워낙 수다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거니와 글을 자주 쓰다 보니 습관이 된 것도 있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 나를 보면서 최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였다. 


밥을 먹을 때, 걸어 다닐 때, 대중교통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때 머릿속에서는 쉬지 않고 문장을 만든다. 멈추지 않고 브레인 라이팅(Brain Writing)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그저 신기하다. 잊어먹고 싶지 않은 문장은 얼른 기록해두지만 주로는 글쓰기 전 일종의 워밍업처럼 브레인 라이팅을 한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은 그저 멍을 때리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이 제법 쌓이다 보니 다시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나만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났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이 언제나 나와는 상관없거나 나에게는 아직도 먼 길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읽어본 두 권의 에세이집을 통해 용기가 생겼다. '어라? 이 정도 이야기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PT를 받다 보면 도저히 들어 올릴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중량을 바라보며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들어 올리더라도 한 세트를 온전히 채우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적어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음을 느낀다. 책 출간에 대한 마음도 이와 같다. 과거의 나는 그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비현실적인 일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적어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질 만큼 글쓰기 자신감이 생겼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잘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고 싶다면, 무엇이든 반복적으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해내는 것을 통해 학습된 성취감은 자기 효능감과 근거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 준다. 또한 반복 학습은 근육과 체력을 길러주는데 가장 탁월하다. 글쓰기이든 독서이든 운동이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든 무엇이 되었든 근육과 체력은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꾸준한 실천으로 만들어진 변화야말로 가장 확실한 사회적 증거가 되어 준다. 요즘처럼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에 오랜 시간 누적된 기록만큼 나를 증명할 가장 파급력이 좋은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인생의 좋은 기억들 중 가장 오래 남는 것들의 공통점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인 경우가 많다. 내적 동기를 가지고 시작한 것들은 외적 동기로 시작한 것들보다 오래 지속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자기 계발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시작했지만 1년의 시간이 더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단 둘 뿐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지금까지 멈추지 않은 두 사람에게는 글을 쓰는 내적 동기가 확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둘이 대화를 나눌 때면 글 쓰는 얘기로만 시간을 가득 채울 정도니 이제는 글쓰기가 삶이 되어버렸음이 새삼 뿌듯하게 다가온다. 



 





그저 하고 싶어서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더 있을까. 이제 그것들을 하나 둘 더 차곡차곡 쌓아가려 한다. 지난 1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온 글쓰기가 '해내는 힘'이라는 첫 번째 도미노였다면 이제 그 성공 경험을 가지고 두 번째, 세 번째 도미노를 세워나갈 계획이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글쓰기는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들이 계속 기록될 것이다.  


문득 예전에 기록해둔 나의 미래 커리어 연표가 떠오른다. 내가 나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 고스란히 적혀있는 연표를 꺼내볼 때마다 글쓰기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왜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는지 다시 새겨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당장 이뤄낸 것은 없지만 이루어져 가는 것들을 기대하게 만들어준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것도 어느새 한 편의 글이 되었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인생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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