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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11. 2022

마흔 살에 퇴사 후 성장 덕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40대 육아 아빠가 성장에 진심이 된 이유

나는 성장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큰 사람이다. 매일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있음을 최근에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어머니와 나는 닮은 점이 있다. 잠자는 것을 아까워한다는 점이다. 그 시간에 뭔가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미련이 매우 크다. 그래서 나는 낮잠을 단 한 번도 편하게 자본 적이 없다. 정말 몸이 버티기 힘들 만큼 곤해서 떨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말이다.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대체 왜 그렇게 성장하고 싶은 것일까? 








1. 배움 자체를 즐긴다. 

갤럽 강점 테스트의 결과에서 상위 5개의 강점 영역 중 배움 테마가 나타날 만큼 나는 배움의 시간을 좋아한다. 그만큼 지적 호기심이 강한 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한 가지를 진득하게 오래 하는 성향은 아닌데 이게 장점으로 작용하면 오만가지에 관심이 생겨 이것도 찔끔 저것도 찔끔 건드려보는 것을 즐거워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 덕분에 의외로 할 줄 아는 것들이 많아졌다.



2. 인생에 더 이상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지난 20년의 세월을 회고해 보았을 때 '후회'가 지워지지 않는 마음속에 퇴적물로 남아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총합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성장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는 것은 과거에 내가 대충 넘겨버렸거나 스스로 불태우지 못한 무언가 들이 많았음을 반증한다. 내 나이 50살이 돼서 다시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될 때 '후회'의 단어보다 '만족'의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나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3. 작가에게 성장은 필연적이다.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위한 행동들은 그 자체가 글감이 되고 영감이 되어준다. 성공의 경험은 성공담으로 실패의 경험은 실패담과 교훈을 남겨준다. 끝마치지 않은 이야기는 과정의 기록이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한 편의 시리즈물이 되어 작가 본인에게 다음을 내어놓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4. 과정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그만둔 사람이기에 성장을 멈추는 순간 삶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좀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먹고사니즘에 대한 강한 압박을 매일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전업 육아 아빠이며 또한 작가이기에 하루하루 멈춰서 있는 것이 불안하다. 어떻게 하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요즘, 나의 성장 과정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수익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5. 아이에게 삶으로 본이 되고 싶어서다. 

진정한 교육은 내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면 부모가 책을 많이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명 효과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삶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는 것만큼 좋은 교육 효과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6.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연대를 위해서다. 

같은 결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과 그들과의 커뮤니티에 속한다는 것은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는 현시대에 새로운 네트워크를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느낀다. 내가 자라던 80-90년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이지만 이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귈 수 있게 되었다.


7. 지적 성장은 자연스레 '나'라는 주체를 더 면밀히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나'를 탐구하는 시간은 때론 막연하지만 대체로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성장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내 안에 무한 경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자라면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8.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중간지대의 저주라는 표현을 최근에 떠올려봤다. 과거 학창 시절 나의 위치는 언제나 중상위권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위권이 될 것 같은 반면 잠시라도 삐끗하면 하위권으로 떨어져 버릴 수 있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지대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이 분주했다. 그 덕분에 자기에 대한 성찰이 상대적으로 약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늘 모호했다. 이런 답답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성장 기록이 어떤 모습으로든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9. '1년의 법칙'이라는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매년 새로운 것 한 가지에 도전해." 당시에는 대학생이었기에 그 친구는 주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다고 했다. 십수 년이 지난 어느 날 이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이미 연락이 끊긴 사이지만 만약 이 친구가 계속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엄청난 사람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1년의 법칙'이라는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간단하다. 무엇을 하든 시작하면 무조건 1년 동안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고, 1년을 넘어선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책도 한 권 출간했다.


10. 그냥 '성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다. 

나에게 이 단어는 생기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고 역동적인 힘을 내포하는 단어이다. 아이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성장세'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만큼 성장의 기세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나에게 '성장세'라는 표현은 다소 어색할지 모르지만 성장이라는 단어를 되뇔 때면 내 아이의 기세를 공유하는 듯 강하게 이끌려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좋아한다.








쉼 없이 적어본 열 가지 이유. 시작은 세 가지 정도 적어보려나 싶었는데 적어보니 열 가지나 돼버렸다. 그러면서 다시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다. '나 정말 성장 덕후가 되었구나.' 1년 사이 나는 이렇게 바뀌었다. 물론 끊임없이 성장을 갈망하다 보니 자연스레 반대급부적으로 좌절감과 박탈감이 강하게 밀려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이 시간을 쌓아가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며,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나의 인생을 존중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육아는 나를 소진하게 만드는 행위라면 성장을 위한 시간은 나를 채우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다. 하루의 짧은 순간이라도 나를 채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그 덕분에 매일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매일 나를 괴롭게 만드는 상념들에 오늘부터 나는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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