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맞습니다. 아들 바보 아빠입니다.
하루 종일 뭔 할 말이 그리 많을까. 20개월 차 아들은 요즘 따라 쫑알쫑알 말도 참 많다. 이제 제법 몇 가지 단어는 정확한 발음으로 구사한다. 아이도 자기가 말하는 게 재밌는지 아빠의 입모양을 자주 관찰한다. 아이의 쫑알거리는 입모양을 보고 있으면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 조그마한 입을 보고 있자면 귀엽다 못해 얄밉기도 하다.
이 정도면 뭐 아들 바보 아빠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싶다.
지난 여행 사진을 보정했다. 열심히 사진은 찍고 있지만 정작 보정 작업은 미루다 보니 쌓여있는 사진 폴더면 여러 개다. 엄두가 안나 최근 사진부터 보정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좋은 건 아이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을 찍듯 기록한 사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지금'이 너무나 소중해진다.
우리는 매 순간 '지금'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으로 인해 그 순간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만큼은 365일 24시간 내내 카메라를 돌리고 싶을 만큼 찰나에 지나가버리는 장면들이 많다.
이 뿐만 아니라 육아는 고생이 디폴트 값인 만큼 내가 지쳐 그냥 넘겨버리는 시간들도 참 많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아쉽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땐 그때대로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기에, 지나간 아쉬움에 머물기보다 지금에 더 충실하게 된다.
여름이 지나 무더위가 가니 밖을 나서도 날이 좋다. 생각해보면 가을도 한 때이니 어떻게 하면 아이랑 이 좋은 날을 만끽할 수 있을지가 매일의 고민이다. 덕분에 요즘엔 아기 하원길에 근처 공원에 들러 비눗방울 놀이를 한다. 열심히 사진도 찍지만 바닥의 돌멩이에, 나뭇가지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카메라만 들고 있을 겨를이 없다. 몇 컷 찍고 나면 카메라는 가방에 집어넣고 열심히 아들 전담 마크를 하게 된다.
이제 제법 걸음도 빨라진 녀석은 신이 나 열심히 도망간다. 부지런히 쫓아가다면서 넘어질세라 잔뜩 긴장하게 된다. 처음 위치에서 너무 멀어진다 싶음 얼른 안아 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를 수차례 반복하면 나는 지치고, 아이는 신이 난다. 이럴 땐 참 세월이 야속하다.
가끔은 우리 아기 또래만 한 녀석이 미끄럼틀도 타고 계단도 척척 올라가는 것을 보면 내 아이도 좀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멋모르고 미끄럼틀을 탔을 때는 신난다고 잘 만 내려오더니 언젠가 한 번 균형을 잃고 뒤로 벌렁 누워 내려오 고난 후 미끄럼틀을 타지 않는다. 이럴 때면 평소에 너무 '조심조심'을 강조했는가 싶기도 하지만 '뭐 때 되면 타겠거니'하고 더 생각하지 않게 된다.
매 순간이 사랑스럽지만 아무렴 잘 때 만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지금 이 문장에 공감하는 육아맘, 육아 대디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는다. 참 신기한 것은 우리 아기는 아무 데나 잘 눕는다. 맨바닥이든 이불 위든, 어디든 간에 자리를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눕는 편이다.
지난 여행 중에 전날의 물놀이가 고되었는지 오전 내내 비몽사몽이던 아가는 접어놓은 매트를 베고 잠이 들었다. 좋아하는 토끼 인형은 연출이긴 하지만 가끔은 잠든 아이를 저 토끼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20개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의 침실 한편에 천사 같은 아이가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잠들어 있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여전히 경이롭고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아빠로 산다는 것이 모든 순간 행복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대체 불가한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아들이든 딸이든, 내 자녀에게 그저 바보 같은 아빠가 되는 이유를 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마흔 살 터울이지만 엄마를 더 찾는 모습에 때론 질투가 느껴질 만큼 나는 내 아이에게 푹 빠져 지낸다. 아이와의 하루하루가 소중한 만큼 나는 내 아이에게 좋은 본이 되어주고 있는지도 되묻게 된다. 좋아 죽는 만큼 한 편으로는 바짝 정신 차리고 나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애써본다.
아빠는 아이의 우주가 되어줘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