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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와 직원은 연인 사이가 아닙니다.

- 사회적 지위가 인격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by 알레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라면 마땅히 훈계를 해야 할 때 훈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마땅히 훈계를 해야 할 때'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죠.


최근 한 회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40대의 젊은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서 20대의 직원이 퇴사를 했답니다. 6-7개월의 과정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시작은 아름다웠으나 끝은 지옥 같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인간관계가 언제나 그렇듯 둘 다에게 부족한 점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는 3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초년생인 직원의 어리숙한 부분을 인내하고 품어주었다는 대표의 말을 전해 들으면서 느꼈습니다.

'웃기고 있네.' 말이 직설적이라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아랫사람의 업무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은 철저하게 윗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들은 좋은 사수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기 마련이죠. 직원수 몇 안 되는 회사의 경우 대표가 그 사수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저 역시 그런 회사에서 근무했었으니까요.


지난 회사 생활을 떠올려보면, 언제나 상사들은 자신들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어지간히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 언변도 휘황찬란합니다.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이런 상황에 '그건 팀장님의, 또는 대표님의 지시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 아닙니까?!'라고 반박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제 아무리 MZ세대라 해도 그게 그리 쉬운 건 아닐 겁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관리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게 미덕인 사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떤 절차를 거쳐 채용을 했든, 자신의 마음에 들어서 제안을 했든, 대표가 최종적으로 자기 손으로 뽑은 사람이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칠 때 그저 받아주고 인내하는 것이 옳은 행동일까요? 아니요. 그건 그 사람을 망치는 길입니다. 수개월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담아두고 눌러둔 채로 지내다가 퇴사를 선언한 어린것(?)에게 눈이 뒤집혀 '내가 그동안 너에게 해준 게 얼만데'로 시작하여 '너는 이게 문제고 저게 문제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이게 정말 상대방을 진심으로 품어주고 기다려준 사람의 모습일까요?

쌓아둔 감정을 다 쏟아내면서 '진심으로 너 잘되라고 훈계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게 감사한 마음으로 들릴까요? 고까운 게 당연지사입니다. 거기에 또 나이를 운운하면서 태도를 지적한다니.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아,, 이런 게 내면 아이인 걸까요?


일련의 상황을 듣고 나니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참 어려운 것이라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게 됩니다. 제가 느낀 몇 가지 교훈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경험이 부족한 상대방을 진심으로 품어주는 것은 적절한 가르침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현란한 말재주로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다면 당신은 그저 어른 아이일 뿐입니다. 셋째, 실력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넷째,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해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섯째, 헤어진 다음이 깔끔해야 합니다. 퇴사한 사람에게 전화로 해대는 건 참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벗어난 지 벌써 1년이 다되어가는데 오랜만에 직장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제 일도 아닌데 마치 제 일인 것처럼 저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전에 솔직한 대화가 몇 번 만이라도 오갔다면 벌어지지 않을 오해들도 참 많습니다.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하는 것도 잘 못된 것이지만 꾹꾹 눌러 담아두다 한 방에 터뜨리는 것도 건강한 모습은 아닙니다.


인간관계가 어렵고 복잡한 것은 맞지만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한 대화만큼 좋은 해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해가 쌓이기 전에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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