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위한 글쓰기 노트
한 사람의 존재는 우주만큼 오묘하다. 내비쳐지는 모습만으로 마치 한 사람을 다 아는 듯 확신에 찬 말을 하는 사람을 볼 때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이 있다. '딱 보면 모르겠어?', '거봐 내 말이 항상 맞지?' 문제는 이상할 만큼 그 사람의 말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그 말에 힘이 실리게 되고 그다음부터 온갖 추측성 해석이 난무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믿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나'조차 온전히 알고 싶어 매일 질문을 던지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한 사람을 하나의 소우주라고 생각해본다면 과연 고작 몇십 년 살아온 삶의 경험으로 한계를 짓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우주라는 무한한 세계를 대상으로 말이다.
마케팅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콘텐츠를 보면 MZ세대의 트렌드 용어를 정리해줄 때가 있다. 나름 밀레니얼 초기 세대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X세대와 근접하여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여러 용어들 중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 한 두 가지를 선별해 내는 것이 더 빠른 것 같다.
자기 계발의 영역에서도 '소위 이런 단어 정도는 들어봤어야 자기 계발 좀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여겨지는 단어가 있는 듯 보이는데, '메타인지'도 그중 하나인 듯 보인다.
메타인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나를 아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용어적 정의나 심오한 고찰은 차치하고 최근 들었던 가장 와닿는 설명은,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통해 현재 나의 위치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찍었을 때 목적지만큼 중요한 것이 현 위치를 나타내는 GPS라는 설명은 근래에 메타인지에 대해 들었던 설명 중에 가장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 설명이었다.
SNS를 보면 많은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가 '나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로 살아가지만 정작 '나'에 대해 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오죽하면 지식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콘텐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나의 삶을 통해 소재 찾기 또는 주제 찾기'겠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정말 모르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사실 알고 있으면서 그것이 아니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혹은 나를 인지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스스로에게서 거창한 무언가를 발견하길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질문들이 생긴다.
사실 이 질문들은 모두 나의 과거의 모습에서 알게 된 것들이다.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이 하등 쓸모없는 것이나, 돈벌이와는 전혀 무관한 것들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그러다 보니 입버릇처럼 나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말하였는데, 이런 자의식의 오류 상태를 깨어준 것이 글쓰기였다.
글쓰기가 주는 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많은 것들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메타인지를 높이는데 글쓰기만 한 것이 있을까 생각한다.
글 속에는 한 사람의 다양한 면모가 기록된다. 목적지에 해당하는 욕망들과 그 욕망들을 이루고자 걸어가는 과정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솔직한 마음들을 내어놓게 된다. 적어도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나의 글은 그렇게 이어져 왔다.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책, 글쓰기의 최전선 중
오늘 읽은 책 속에서 만난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글을 쓰다 보면 얽힌 실타래 같은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시에 나의 삶에 대해서도 재조명해보는 시간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때가 바로 메타인지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한 문장, 한 단어 곱씹어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명쾌해지는 경험. 이것이 글쓰기의 효능이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는 제법 큰 중력이 존재한다. 안타깝지만 그 중력에서 벗어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삶은, 현실이라는 옷을 입고 찾아와 현실적이지 않은 바람을 내비치는 나 자신이 마치 길 잃은 어린양인 듯 여겨지게 만든다. 그러나 정해진 삶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 역시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일상이 무중력 상태가 된다. 더 이상 나를 옥죄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고 나의 우주가 확장됨을 경험한다. 내 안에 나를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들이 걷히고 나면 명확해진 나의 위치를 보게 된다.
나를 알고 싶다고, 나를 발견하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이에 대해 정답이 있을까 싶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 감정 상태에 따라 알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모르겠는 부분도 허다하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