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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19. 2022

불안이 가져온 허기를 달래는 밤

글로 나를 달래주는 고독한 시간

허기가 느껴진다. 배가 고파 느껴지는 감정이 아닌, 입이 궁금하여 헛헛한 느낌이다. 입안에 뭘 좀 넣어주면 괜찮아지려나 싶어 간식거리를 뒤적인다. 작은 용량의 과자들부터 소포장 꿀밤까지 편의점 쇼핑하듯 찬찬히 훑다가 꿀밤과 우유 한 잔을 하기로 결정한다. 아내와 아이가 잠든 새벽, 적막이 깃든 서재방에 들어와 은은한 스탠드를 켜고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고작 밤 5알 정도 들어있는 포장 용기를 뜯고 한 알씩 입에 넣다가 그냥 3알을 한 번에 털어 넣어 버렸다. 입 안이 가득 찬 느낌이 좋다. 달달한 밤을 삼킨 후 우유로 입안을 헹궈 목으로 넘기니 이제야 허기가 좀 가신다.







아닌 밤중에 웬 꿀밤인가 싶지만 나는 이 상황이 그저 허기짐을 달래기 위한 상황이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불안함이다. 나의 불안함은 허기짐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밤중에 작업하는 일이 많은 나에게 밤 시간은 두 얼굴로 다가온다. 몰입과 불안. 몰입이 찾아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지만 불안이 찾아올 때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불안에 과몰입되면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가버리니.


그래도 몇 번 겪어보면서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글쓰기다. 그래서 지금도 망설임 없이 주절거리듯 나의 감정을 이곳에 박제시켜 놓는 중이다. 과몰입하지 않기 위해.


이전에도 이런 글을 쓸 때면 언제나 불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불안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어찌 보면 불안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불안도 여러 가지 세부 감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의 어휘력으로는 세부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의 방향을 다르게 전환시켜 보았다. 무엇에서 기인한 것일까?로.


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열망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삶의 특성상 반응에서 정말 자유로울 수 없다. 처음보다야 많이 내려놓았고 감정을 분리할 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득도의 경지에 올라선 것은 아니니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거짓이다. 


아이를 재우며 잠깐 잠들었다 일어난 몽롱한 상태에서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훑어보았다. 100일 만에 13K를 달성했다는 계정, 콘텐츠 100개를 올렸는데 이미 10K를 넘겨버린 계정을 보면서 부러움이 커졌다. 이미 알고 있는 계정이었음에도 유난히 그들의 성과에 감정이 갇혀 버리는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때다.


단순히 팔로워 수가 높은 것보다 더 부러운 건 그들의 실력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콘텐츠의 수준. 여기에서부터 오늘의 불편한 감정이 시작되었다. 부러우면 그들을 공부하고 나에게 적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늘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나와 그들의 차이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전체에서 콘텐츠 하나하나, 이미지와 폰트, 그리고 글과 남겨진 댓글까지 찬찬히 살펴본다. 그럼에도 이성과 감정의 발란스를 잠시 놓치는 순간 무너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즐겨보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에는 이런 시기에 대한 회고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나만의 특별한 상황이 아닌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니 한 결 마음이 편해진다. 소위 말하는 낙담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나 보다 생각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 나의 모습에 대한 기대심리가 생겨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현재를 지나고 있는 나의 답답함은 지울 수 없기에 그나마 할 수 있는 글쓰기로 뒤틀린 심사를 마사지하듯 풀어주며 달래는 중이다. 



  





요즘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은 이유는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런저런 강의도 듣고 책도 보며 공부를 하다 보면 결국 또다시 질문은 '나 = 퍼스널'에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난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이지?
사람들은 나의 글에서, 나의 콘텐츠에서 뭘 느끼지?
나를 구독하는 사람이나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나를 떠올리게 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잘 만들어진 SNS 계정들처럼, 콘텐츠의 톤&매너라던가 맥락의 일관성이 아직은 확실한 네온사인이 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겠다 생각한다. 동시에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처럼 나의 매력을 발견하는 게 먼저인지 아니면 의도된 주제에 맞춰 일관성 있게 콘텐츠를 쌓아가는 게 먼저인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과 방황이 이어진다.


나의 이상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지만 나의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뿐이니 감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언제까지고 또다시 이어질 것 같다. 넘어설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밀려들다가도 또다시 성장통이겠거니 하며 털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테지만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따라 새벽 고요의 시간은 허기짐과 함께 치닫는 고독의 시간으로 찾아오는 듯하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줄타기(이상과 현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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