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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19. 2022

오히려 좋다!

글감 터지는 새벽 

새벽 3시. 팀라이트 매거진을 일찌감치 발행하고 난 뒤 그저 멍 때린다. 

나보다 뛰어나 보이는 누군가들을 하염없이 올려다보며, 그 아래 서 있는 나 자신의 한 없는 초라함을 느끼며, 그렇게 멍 때린다. 


몇몇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읽고 싶은 글이다. 수려한 문장보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새롭다. 그에 반해 나의 글은 대체로 진부하다. 쓰는 내가 느낄 정도는 읽는 독자는 어떨까. 그럼에도 찾아와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의 모자람일까. 아니면 나의 습관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의 알을 깨지 못한 것일까.

도통 답을 내지 못해 잠을 못 이룬다. 


이럴 땐 자는 게 답인데, 자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글을 읽어본다. 

요즘 즐겨보는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에서 1:1 댄스 배틀을 하는 배틀러를 볼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이미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배틀러의 만회하고자 잔뜩 힘이 들어간 몸부림은 결국 더 깊은 늪에 빠져들게 만드는 행동이었음을.


나 역시 차라리 빨리 감정을 손절하는 게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노트북을 덮어버리지 못한다. 지금 나는 멘털을 잡지 못해 즐기지 못하는 배틀러와 같다. 


답을 찾고 싶다. 그런데 질문이 없다. 질문이 없으니 답도 없다. 흐릿한 질문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질문이 없다. 무엇을 찾고 싶은 것일까. 참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생각이 오늘도 나를 괴롭힌다.


나를 아우르는 한 마디 단어, 문장, 생각, 의미 뭐든 찾고 싶다. 응집된 에너지를 터뜨릴 한 가지가 절실하다. 누군가는 삶의 의미나 방향을 정하는데 지나치게 깊이 고민하지 말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편안하게 적어보라고 한다. 그 말에 따라 쉽게 적어도 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답을 적어본 적은 없다. 


나 자신이 마치 밑 빠진 독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면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싶은 마음이 밀려들지만, 그럼에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고 싶진 않다. 분명 느껴지는 움틀거림이 있는데, 터뜨릴 뇌관이 없는 것이 그저 답답하다.


그 와중에 고마운 건, 이 감정의 흐름을 글로 풀어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다.

부러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나도 진심이라는 뜻이겠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서 나의 초라함을 경험하는 건 그만큼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반증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준다. 


어차피 성장은 통증이 따르기 마련이고 저마다 주어진 시간과 속도는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불쑥 찾아와 주는 새벽 감성은, 어쩔 수 없다. 글을 쓰라는 내 안에 재촉은 넋두리라도 써야 풀린다. 


나를 내어놓는 글쓰기는 나를 보다 면밀히 바라보게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민감함이 예민함이 되어 나를 괴롭게 만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글 쓰는 사람에게는 축복이지 않을까 싶다. 그 덕분에 계속 쓰게 되니. 오히려 좋다. 그렇게 받아들이자. 


불안을 마주하는 새벽,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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