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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21. 2022

결국 몸살이 났다.

이래서 옛 어른들께서 잠이 보약이라 하셨구나.

결국 몸살이 났다. 만성 비염 환자에게 환절기는 이래 저래 참 어려움이 많은 시기다. 미련인 줄 알면서도 미련 떨고 새벽까지 작업을 했던 몇 주의 시간. 그러면서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수면 시간은 고작 3-4시간이 전부. 결국 올게 온 것이다.


건강한 생활과는 맞지 않은 삶의 습관이 누적되니 내 몸은 나에게 몸살이라는 신호로 멈춰 서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몇 날 며칠이 누적되어 만들어낸 결과임을 알면서 전날이라도 일찍 잠들었음 괜찮았을까 하는 의미 없는 미련에 못내 아쉬워하게 된다.


퇴사 후 전업 육아 아빠로 살면서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늘 존재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무어라도 하지 않음 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간 듯하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가장 좋은 건 아이와 함께 잠들고 미라클 모닝을 하는 것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언제나 강한 보상 심리가 작동한다.


이른 아침보다 늦은 밤을 선호하는 건 뒷 시간이 온통 내 것이라는 여유 때문이다. 이른 아침은 결국 2-3 시간 뒤면 아이가 깨어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기에 밤을 선택하게 되었다.


알면서도 간과하게 되는 건 수면 시간이다. 수면의 질이 장기 기억력과 하루의 컨디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심리적 압박이 결국 이성적 사고를 앞지른다. 


부자들의 성공 법칙을 다루는 책에는 그들의 시간 관리에 대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중에 규칙적인 수면 시간에 대해서도 중요한 요소로 다루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돈이야 부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시간은 그들과 나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자처럼 시간을 쓰고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몸살이 나니 침대에 누워 참 별 생각을 다한다 싶다.








환절기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아이는 3일에 한 번 씩 소아과를 간다. 아이도 비염을 달고 태어난 탓에 찬바람이 쌩하고 불면 훌쩍임이 시작된다. 이번 주 내내 아내가 인후염으로 목소리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나마 아내가 약을 먹고 좀 나아졌다 싶더니 이제는 내 차례인가 보다.


아픈 건 정말 싫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아프기에 날려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봐야 할 책, 만들어야 할 콘텐츠, 써야 할 글, 그리고 아이와의 시간. 이 모든 게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래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붙잡고 꾸역꾸역 한 편의 글이라도 쓰는 지금. 나 자신이 유난스럽다 싶으면서도 그만큼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것이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게 건강해야 누릴 수 있는 삶이니, 몸이 좋아지면 수면 패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습관의 관성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반나절을 자고 일어나 밥 한 술 뜨고 겨우 정신을 차려본다. 어느 정도 잠에서 깨어날 즈음되니 마치 밀린 빨래와 설거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 주부처럼, 오늘 발행해야 할 글과 하지 못한 작업들이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몽롱한 가운데 마무리하지 못한 글을 적어본다.


아프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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