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이라고 하기엔 요리할 줄 아는 게 딱히 없다는 것이 함정
스페인에 4개월 정도 머물렀을 때 거의 매일 한 끼는 해결했던 음식이 있었다. Tortilla. 보통 우리나라에서 또르띠야라고 하면 얇고 넓게 펼쳐진 전병 같은 피에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싸 먹는 것을 떠올리는 것 같다. 아마 타코나 부리또, 께사디야의 영향이거나 아니면 KFC의 메뉴였던 트위스터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또르띠야는 스페인식 또르띠야가 우선한다. 보통 떠올리는 또르띠야는 중남미식인데 이와 다르게 스페인식은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부침개처럼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일상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기본적으로 감자, 양파, 그리고 계란이다 보니 피자처럼 잘라놓은 한 조각만으로도 점심 한 끼는 해결될 정도다. 물론 딱 적당할 정도로 해결된다는 의미다.
스페인에서 매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카페에 가곤 했다. 카페에 가면 늘 또르띠야 한 조각과 라테 한 잔을 주문했는데 배고팠던 학창 시절에 이만한 한 끼는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종종 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앞서 이야기했듯 재료가 간단하니 요리하기도 어렵지 않다. 안타깝지만 그저 눈대중과 손 맛으로 요리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정량은 모르겠고 모든 것은 적당히로 퉁치기로 한다.
- 또르띠야 레시피
1. 감자, 양파, 계란, 베이컨, 소금, 올리브 오일을 준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올리브 오일 대신 버터를 사용해도 괜찮다.) 음식의 두께감을 고려했을 때 프라이팬은 깊이가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2. 재료를 다듬어 준다. 감자와 양파는 깍둑썰기를 하며 크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하면 된다. (*단 너무 두껍거나 사이즈가 크면 속까지 익기 전에 겉면이 타버릴 수 있다.)
3. 재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뒤, 감자 -> 양파 -> 베이컨 순으로 익혀준다. 재료를 익힐 때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참고로 감자는 너무 타지 않도록 잘 저어주는 게 좋다. 감자를 눌러봤을 때 고구마처럼 슥- 잘 잘리면 양파를 넣고 볶아준다.)
4. 모든 재료를 익히고 나면 미리 계란을 풀어놓은 보울에 전부 쏟아 넣는다. 재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잘 저어가며 골고루 펼쳐준다. (*재료들의 열기로 오래 두면 계란이 어설프게 익어버리니 너무 오래 두지는 말자.)
5. 다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모든 재료가 섞인 계란을 팬에 쏟아붓는다. 이때부터는 센 불보다는 중불에서 약불로 서서히 속까지 익혀 주는 것이 좋다.
6. 가장자리가 팬에 붙지 않도록 뒤집개로 살살 들어주던가 아니면 프라이팬을 살살 흔들어 주는 것이 좋다.
7. 마지막 뒤집기 한 방이 남았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매번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고로 딱히 코멘트할 게 없다. 부침개를 뒤집어 익히듯 또르띠야도 뒤집어서 나머지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시행착오를 몇 가지 적어보자면, 첫째, 같은 사이즈의 프라이팬을 뚜껑처럼 덮었다가 순간 확 뒤집는 방법을 시도해봤다. 돌리는 순간 프라이팬이 어긋나면서 반절은 싱크대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 본다.
두 번째, 부침개 뒤집듯 뒤집개를 이용하여 전체를 들어 올렸다가 뒤집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음식이 골고루 굳어져야 가능하다. 안 그러면 들어 올리다 깨져 버린다. 물론 첫 번째 방법보다는 차라리 낫다. 프라이팬 위에서 깨지는 것이니 반쪽 뒤집고 또 나머지 반쪽 뒤집는다 생각하면 된다.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말이다.
세 번째 방법은 스페인에서 배울 때 썼던 방법인데 둥글넓적한 그릇이나 쟁반 같은 것을 뚜껑처럼 덮어 프라이팬과 함께 뒤집으면 그 위에 안정적으로 올라간다. 그다음에 밀어 내리듯 프라이팬에 다시 넣어주면 끝.
개인적으로 두 번째나 세 번째 방법을 선호한다. 다만 세 번째 방법은 집에 둥글넓적한 그릇이 없어서 결국 보통은 두 번째 방법으로 마무리한다.
8. 양 면과 속까지 모두 익으면 그다음엔 알맞게 플레이팅을 해서 인증숏 찍고 맛있는 또르띠야를 즐기면 된다. (*참고로 케첩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간을 너무 세게 하지만 않으면 아이가 먹기에도 좋은 음식이다. 가끔 특별 간식처럼 만들어주면 아이도, 아내도 모두 너무 좋아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맛은 딱 상상하는 그 맛이다. 어차피 계란, 감자, 양파, 베이컨이 들어간 음식인데 맛이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다. 그래서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뒤집는 것만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더 자주 만들어 먹을 텐데, 한 번 뒤집다 실패하면 조금은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함정이다. 오래전이지만 한 번은 뒤집다가 다 버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스페인식 또르띠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요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마치 부침개를 부쳐 먹듯 그들은 또르띠야를 만들어 먹는다. 언제 다시 스페인에 가서 먹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음식 하나가 여전히 나와 스페인을 연결시켜준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아내와 아이에게도 식탁 위의 스페인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2시가 넘은 지금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진다. 어디선가 또르띠야의 향이 올라오는듯하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만들어 먹어야겠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전업주부 육아 아빠로서 아이의 반찬과 간식거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참 헛된 바람이었음을 깨달았다. 일찍 잠드는 것도 실천하지 못할 만큼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언감생심 아기 반찬과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한 말이겠는가.
그럼에도 미안한 마음에 바람은 계속 마음에 품어본다. 아, 생각난 김에 이것도 종이에 적어둬야겠다.
반드시 이뤄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