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회심의 아이 간식 만들기

회심이라고 하기엔 요리할 줄 아는 게 딱히 없다는 것이 함정

by 알레

스페인에 4개월 정도 머물렀을 때 거의 매일 한 끼는 해결했던 음식이 있었다. Tortilla. 보통 우리나라에서 또르띠야라고 하면 얇고 넓게 펼쳐진 전병 같은 피에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싸 먹는 것을 떠올리는 것 같다. 아마 타코나 부리또, 께사디야의 영향이거나 아니면 KFC의 메뉴였던 트위스터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또르띠야는 스페인식 또르띠야가 우선한다. 보통 떠올리는 또르띠야는 중남미식인데 이와 다르게 스페인식은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blackieshoot-z4CQtd07u5k-unsplash.jpeg 스페인식 또르띠야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부침개처럼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일상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기본적으로 감자, 양파, 그리고 계란이다 보니 피자처럼 잘라놓은 한 조각만으로도 점심 한 끼는 해결될 정도다. 물론 딱 적당할 정도로 해결된다는 의미다.


스페인에서 매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카페에 가곤 했다. 카페에 가면 늘 또르띠야 한 조각과 라테 한 잔을 주문했는데 배고팠던 학창 시절에 이만한 한 끼는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종종 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앞서 이야기했듯 재료가 간단하니 요리하기도 어렵지 않다. 안타깝지만 그저 눈대중과 손 맛으로 요리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정량은 모르겠고 모든 것은 적당히로 퉁치기로 한다.






- 또르띠야 레시피


1. 감자, 양파, 계란, 베이컨, 소금, 올리브 오일을 준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올리브 오일 대신 버터를 사용해도 괜찮다.) 음식의 두께감을 고려했을 때 프라이팬은 깊이가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2. 재료를 다듬어 준다. 감자와 양파는 깍둑썰기를 하며 크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하면 된다. (*단 너무 두껍거나 사이즈가 크면 속까지 익기 전에 겉면이 타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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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뒤, 감자 -> 양파 -> 베이컨 순으로 익혀준다. 재료를 익힐 때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참고로 감자는 너무 타지 않도록 잘 저어주는 게 좋다. 감자를 눌러봤을 때 고구마처럼 슥- 잘 잘리면 양파를 넣고 볶아준다.)


4. 모든 재료를 익히고 나면 미리 계란을 풀어놓은 보울에 전부 쏟아 넣는다. 재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잘 저어가며 골고루 펼쳐준다. (*재료들의 열기로 오래 두면 계란이 어설프게 익어버리니 너무 오래 두지는 말자.)


5. 다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모든 재료가 섞인 계란을 팬에 쏟아붓는다. 이때부터는 센 불보다는 중불에서 약불로 서서히 속까지 익혀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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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장자리가 팬에 붙지 않도록 뒤집개로 살살 들어주던가 아니면 프라이팬을 살살 흔들어 주는 것이 좋다.


7. 마지막 뒤집기 한 방이 남았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매번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고로 딱히 코멘트할 게 없다. 부침개를 뒤집어 익히듯 또르띠야도 뒤집어서 나머지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시행착오를 몇 가지 적어보자면, 첫째, 같은 사이즈의 프라이팬을 뚜껑처럼 덮었다가 순간 확 뒤집는 방법을 시도해봤다. 돌리는 순간 프라이팬이 어긋나면서 반절은 싱크대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 본다.


두 번째, 부침개 뒤집듯 뒤집개를 이용하여 전체를 들어 올렸다가 뒤집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음식이 골고루 굳어져야 가능하다. 안 그러면 들어 올리다 깨져 버린다. 물론 첫 번째 방법보다는 차라리 낫다. 프라이팬 위에서 깨지는 것이니 반쪽 뒤집고 또 나머지 반쪽 뒤집는다 생각하면 된다.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말이다.


세 번째 방법은 스페인에서 배울 때 썼던 방법인데 둥글넓적한 그릇이나 쟁반 같은 것을 뚜껑처럼 덮어 프라이팬과 함께 뒤집으면 그 위에 안정적으로 올라간다. 그다음에 밀어 내리듯 프라이팬에 다시 넣어주면 끝.


개인적으로 두 번째나 세 번째 방법을 선호한다. 다만 세 번째 방법은 집에 둥글넓적한 그릇이 없어서 결국 보통은 두 번째 방법으로 마무리한다.


8. 양 면과 속까지 모두 익으면 그다음엔 알맞게 플레이팅을 해서 인증숏 찍고 맛있는 또르띠야를 즐기면 된다. (*참고로 케첩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IMG_0432.jpg 완성! 잘 보면 갈라져 있는 부분을 볼 수 있다. 위에 언급했듯 두 번째 방법으로 뒤집다가 깨진 것을 나란히 맞춰 놓았다.






간을 너무 세게 하지만 않으면 아이가 먹기에도 좋은 음식이다. 가끔 특별 간식처럼 만들어주면 아이도, 아내도 모두 너무 좋아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맛은 딱 상상하는 그 맛이다. 어차피 계란, 감자, 양파, 베이컨이 들어간 음식인데 맛이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다. 그래서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뒤집는 것만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더 자주 만들어 먹을 텐데, 한 번 뒤집다 실패하면 조금은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함정이다. 오래전이지만 한 번은 뒤집다가 다 버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스페인식 또르띠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요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마치 부침개를 부쳐 먹듯 그들은 또르띠야를 만들어 먹는다. 언제 다시 스페인에 가서 먹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음식 하나가 여전히 나와 스페인을 연결시켜준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아내와 아이에게도 식탁 위의 스페인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2시가 넘은 지금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진다. 어디선가 또르띠야의 향이 올라오는듯하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만들어 먹어야겠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전업주부 육아 아빠로서 아이의 반찬과 간식거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참 헛된 바람이었음을 깨달았다. 일찍 잠드는 것도 실천하지 못할 만큼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언감생심 아기 반찬과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한 말이겠는가.


그럼에도 미안한 마음에 바람은 계속 마음에 품어본다. 아, 생각난 김에 이것도 종이에 적어둬야겠다.

반드시 이뤄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