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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Dec 06. 2022

삶이 콘텐츠가 되는 라이프 매거진을 시작하다

나를 인터뷰하는 마음으로 기록해본 나의 첫 매거진

목요일 라이프 매거진. 목요진. 2022년 시작과 함께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시작해본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말 그대로 필 받아서 일단 해보겠다고 내지르고 수습해나가는 심정으로 연재했던 라이프 매거진. 목요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가치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불안한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것.



목요진의 창간호에 적어두었던 기록이다. 역시 그때도 WHY를 먼저 기록해보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을 시작하기에 앞서 항상 왜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제법 습관으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목요진을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52회를 발행해보는 것이었다. 1년을 꼬박 채워볼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20화까지 이어진 목요진은 결국 휴재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역부족 때문이었다. 혼자서 매거진 형태의 글을 써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기획부터 글 발행까지. 사실 말이 좋아 기획이지 점점 기획 없는 기획 글쓰기가 돼버렸다. 


아무리 나의 이야기를 기록한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말문이 막히듯 글문이 막혀버리는 답답함을 경험했다. 육아를 하면서도 많은 것을 해낼 것이라는 마음으로 버텨보았지만 점점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느낄 즈음, 결국 내려놓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첫째, 무엇이 되었든 붙잡고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조금은 미련한 성격인지라 맘먹고 시작하기로 한 것은 대체로 꾸준히 오래 지속하는 편이다. 장점이면 장점이겠지만 그래서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강박처럼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그냥'의 힘을 자주 이야기해왔다. 최근에는 브런치 북으로 [그냥 해보기로 했습니다]를 발행할 정도로 그냥 시작해보는 것의 의미를 여실히 경험하며 살고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iming-is-now


빠른 시작이 그냥 해보는 것의 힘이라면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것 또한 한 세트다. 그러나 돌아보면 언제나 시작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시작과 멈추는 것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해도 된다. 마음이 가벼워야 계속할 수 있는 법이니.


둘째, 선언하기의 효과는 분명하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공개 선언은 그야말로 스스로에게 해야만 하는 강제성을 지우는데 탁월하다.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만, 막말로 안 해도 그만이지만, 선언하고 난 뒤부터는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이 가장 의식됨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약속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을 쳐왔던 게 20회까지 이어갈 수 있게 만든 힘이 되어 주었다. 


셋째, 기획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기획은 반드시 필요한 능력임을 깨달았다. 대형 기획사에서 프로젝트 팀을 기획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하는지, 타깃 독자는 누구인지, 나의 콘텐츠가 가진 페르소나는 무엇인지, 어떤 콘텐츠를 다룰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어 있어야 꾸준히 오래 지속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삶은 에세이로서는 좋은 소재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매거진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을 안에 독자에게 유용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공되기 위해서는 생각만큼 편안한 소재는 또 아니다. 그만큼 가장 보통의 삶을 특별한 관점으로 해석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이 중요하다. 기획은 기초를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한 기초를 쌓고 나면 살을 붙여가는 작업이 안전하지만 기초가 부실하면 결국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나의 목요진처럼.



 





실패라는 말을 누군가는 '끝'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과정'일뿐이다. 무엇보다 목요진은 실패가 아닌 휴재 상태일 뿐이다. 요즘 들어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밀려온다. 52회 차 발행의 꿈을 다시 이뤄내 보고 싶다.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하지만, 오롯이 내 힘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비록 기획 콘텐츠의 소재로서 나의 일상의 삶을 풀어내는 것에서는 역부족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난 끊임없이 일상에서 소재를 발굴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나 자신이니까. 


다시 시작해보자. 목요진. 

어떻게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마음이 다시 생겨난다. 아픈 손가락처럼 어딘가 보듬어 주고 싶었던 나의 콘텐츠를 다시 상기시키니 이내 설레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새로운 걸음을 시작해봐야겠다. 2023,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보자. 




#팀라이트 #글루틴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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