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나름 부지런히 살았다.
2022년이 저물어 간다. '어?' 하는 사이 '아-'하며 또 끝이 코앞이다. 언제나 돌아보면 뭐하고 살았나 흔적을 뒤적여 보지만, 지난 십수 년간 흔적을 남기며 살아오지 않았기에 결론적으로 난 별로 한 게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작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뭔가를 남기기 시작했다. 노션이라는 생산성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초보 수준이지만 다이어리 쓰듯 뭔가를 적어 두긴 했다. 그 덕분일까. 드디어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았다.
처음 노션 포트폴리오를 알게 되었을 때는 쓸 말이 없었다. 삶이 참 그렇다. 매일 무언가 하며 살아왔지만, 돌아보며 나 자신에게 '그래서 너 뭐했어?'라고 물어보면 막상 '나? 그러게, 나 뭐했지?'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나'라는 에너지는 분명 소진되었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 결국 기록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 나에게 커다란 숙제처럼 던져진 두 개의 말이 있다. 하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것을 전자책으로 정리해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말이지만 맥락은 한 가지다. 기록이다. 나의 삶을 기록하고 기록을 아카이빙하면 그것은 나의 보물 창고가 된다. 창고에 보물이 풍성해질수록 나의 세계가 굳건해지고 확장됨을 느낀다.
이번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기록들을 하나 둘 꺼내 보았다. 기록이 없었다면 또다시 만들기를 포기함과 동시에 나의 열심을 부정하는 행동을 했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고 나니 느낌적으로만 알고 있던 삶의 변화를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직장인이었던 과거의 나에게 이제는 나름 크리에이터로서 무언가를 꾸준히 생산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알레의 포트폴리오 구경해보기>
노션을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딱 초보 수준일 뿐이다. 기본 기능만 활용해도 이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니, 이만하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노션을 이용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첫째,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션은 PC와 모바일 모두 호환되는 장점이 있는 플랫폼이다. 언제든 추가하거나 삭제, 수정이 가능하다.
둘째, 시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게 만들 수 있다. 개인의 활용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이미지와 필요한 경우 링크를 삽입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셋째, 데이터를 압축적으로 아카이빙 할 수 있다. 나에겐 다소 어려운 영역이지만, 카테고리를 잘 나누는 사람들의 경우 상위 카테고리를 세분화시켜 보다 압축적으로 기록을 아카이빙 하는 것을 보았다. 마치 바탕 화면에는 상위 폴더만 보이듯 깔끔하게 정리를 할 수도 있다.
마지막 장점은 시대적 트렌드에 보조를 맞춰간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채용 시장에서는 과거의 형태와 유사한 방법으로 채용 공고를 내지만 간혹 회사 소개를 노션과 연동하여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회사들도 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나름의 노력을 한다는 의미다.
요즘 시대에는 전보다 더 나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미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백 마디 말과 각종 자격증명서 보다 포트폴리오 하나면 충분하다. 그 속에 이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으니.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느낀 몇 가지 좋은 점을 적어보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나'를 정리해본다는 것만 한 장점이 있을까 싶다. 사실 우리는 매일을 허투루 살아가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때도, 업무에 치여 버거운 하루를 보낼 때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보낸 하루조차도 사실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때 그것이 필요했던 것이니.
각자의 삶은 각자의 페이스대로 흘러가는 법이다. 다른 누군가의 속도를 지나치게 염두하면 결국 내가 탈이 나기 마련다. 나의 페이스를 보다 면밀히 알고 싶다면, '나'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나'를 아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