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Dec 26. 2022

계획형 인간은 대체 어떻게 될 수 있는 걸까.

'계획'이 뭐예요?

2022년 초 계획을 세우고 적어 보았다. 그중 어떤 것은 이뤘고 어떤 것은 이루지 못했다. 또 어떤 것은 내가 계획을 세웠는지조차 망각하고 살았다. 나에게 계획은 고작 이런 존재다. 가끔은 MBTI의 J형 인간 코스프레를 좀 할 때도 있지만 본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니 내 방식대로 살아가게 되겠거니 생각한다.


'나도 계획이란 걸 세워볼까?' 아무리 무계획형 인간이어도 연말연시면 등장하는 어김없는 물음에, 어림없다는 답을 내뱉으며 가만히 실소를 머금어 본다. 계획은 무슨 계획. 나에게 계획은 늘 즉흥이 계획이었으니 2023년에도 그렇게 살아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지독한 사람이니. 나 자신에게 '계획!'이라는 키워드를 던지며 스스로를 잠시 괴롭혀 보았다.


그래, 위에 '무계획형 인간'이라는 말은 취소다. P형 인간도 그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언젠간 이루어지겠지라는 생각은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에게는 지양해야 하는 마인드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콘텐츠들에서 '언젠가'라는 말은 곧 '의지 없음'을 뜻한다고 말한다. 늘 이 말을 써온 나의 입장에서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용기 내어 고백하지만 P형인 나도 가끔은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고 단계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계획을 시도해본다. 놀랍지 않은가. 아무튼. 구체적 시기를 정하는 것의 장점은 소위 '마감효과'라 불리는 것처럼 해당 시기를 의식하며 스스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단, 단점은 역시 잊어버리면 또 끝이라는 것. 그럴 땐 역시 '언젠가'로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그냥 그 방향만 기억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어찌어찌 퇴사 후 1년의 시간을 버텼다. 1년의 시간 동안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방향성만 가지고 뭔가를 나름 열심히 해왔다. 어쩌면 그래서 어떤 것은 이뤄냈고 또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1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 동안의 무직 상태라는,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지만 버틸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감사하게 잘 버틸 수 있었다. 삶을 허투루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경제적인 자립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풀어내지 못한 마음에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긴 하다. 은혜에 빚진 마음을 하루라도 빨리 갚고 싶기에. 2023년은 뭐라도 돈 버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문득 퇴사를 고민하고 준비하던 작년의 나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N잡러, 프리워커, 크리에이터, 뭐 당시 눈에 띄던 키워드들은 다 붙잡아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 무엇이라도 되었나? 살짝 발은 걸친 기분도 들지만, 아직 뾰족하게 뭐라고 정체성을 정의하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여전히 마음은 산란하다. '원씽'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나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크다.


2023년을 일주일 앞둔 지금, 새해에는 원씽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계획 해보려 한다. 놀랍지 않은가. 계획. 영어로 Plan. 와우. 그걸 좀 제대로(?) 세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에서 본 것처럼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단계적 마감 기한을 정해보는 것.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삶은 어떻게든 흘러간다지만, 그렇다고 또 '어떻게든'에 내버려두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기에, 잠시 새로운 페르소나를 입어봐야겠다. 


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