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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06. 2023

내 감정을 읽는다는 게 꼭 좋은 걸까?

아무튼 글쓰기.

불과 이틀 전, 나의 글쓰기는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던 내가 이번엔 감정을 읽는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래서 나란 사람은 온갖 아이러니로 가득 찬 사람임을 또 한 번 스스로 증명해 냈다. 하아. 아이러니한 모습 같지만 살면서 어떤 특정 감정에 짓눌린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생각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런 경험을 한다. 


다행히 이 감정은 우울감도, 불안도, 아니다. 주로 감정의 흐름을 억지로 눌러 막아 더 이상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할 때 나타나는 형상이다. 특히 입 밖으로. 


나는 대체로 입이 무거운 편이다. 무겁다기보단 '자나 깨나 말조심'을 가슴에 새기고 산지 수년이 되니 자연스레 삼키는 편이다. 근데 본능적으론 삼키는 유형의 사람이기보단 내뱉는 사람에 더 가깝다. 뭔 말을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건지. 쉽게 말하면 그냥 수다를 좋아하고, 수다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란 소리다.


아, 혹시 오해할까 다시 언급하는데, 자나 깨나 말조심이다. 아무리 수다쟁이여도.


이성과 논리보다는 감성과 직관을 더 따르는 사람인 나는 장점으로는 나만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괴로울 때도 많다. 혼자만의 감성에 젖어 들어 행동 불능 상태가 될 때도 가끔 있으니까. 


특히, 피곤할 때. 그리고 그때의 밤은 유독 취약하다. 혼자 푹- 꺼져버리거나 칠렐레 팔렐레 날아다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가 돼버린다. 주로는 푹 꺼져버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럴 때면 그냥 순간의 감정을 지워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이것에 대한 글도 썼던 기억이 난다. 


나의 솔직한 감정을 내어놓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용기고 건강한 마음 상태임을 뜻한다. 그런데, 솔직한 감정을 '모두' 내어놓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게 또 세상의 이치 아니겠나. 내뱉어진 말은 주어 담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들을, 억지로 꿀꺽 삼키고 또 삼킨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내비치고 싶지 않은 마음, 선의를 위해 감추는 마음, 도무지 잘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삼키는 마음, 보여서는 안 될 마음, 등 참 다양한 마음들이 호시탐탐 튀어나올 기회를 노린다. 앞서 이야기했듯 수다로 에너지를 채우는 본투비 외향형 인간인 나에게 이런 마음들은 참 힘들다. 나오고 싶다고 다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게 피곤하면 그냥 일찍 자면 될 것을. 

밤마다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어 결국 오늘도 일찍 잠들지 못했다. 그 소중한 시간을 놓칠 수 없어서.

 

그나마 짧은 글로 담아본다. 

그렇게나마 작은 해방감을 경험해 본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결론이지만, 참, 글 쓰길 잘했다. 


그나저나, 결국 참아내느라 힘들었던 감정 덕분에 글을 썼으니, 오히려 내 감정을 읽는다는 게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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