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를 알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Jan 16. 2023

마흔에 나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이유

나는 지금 10시 몇 분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 김미경 선생님의 강의를 보았다. 강의 중 인용하신 김난도 교수님의 인생 시계에 따르면 100세를 24시로 보았을 때 나는 고작 10시 몇 분 정도를 지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0대. 고작 40 초반을 살아가면서 마흔 살을 마법의 나이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실제로 내가 느끼는 40대의 삶은 마법과 같다. 



삶을 바라보는 주관이 생겨 나름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나온 세월이 모두 헛발질은 아니지만 나름 헛발질의 내공이 쌓이니 덕분에 지금 내가 하는 짓이 헛짓거리인지 아닌지에 대해 솔직한 감이 생긴다. 물론 그럼에도 그것을 계속하고 말고의 의지력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때로는 낀 세대 같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난 오히려 독립된 세대로 느껴진다. 트렌드에 보조를 맞출 수도 있으면서 동시에 전혀 무관하게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뚝심도 가지고 있으니까. 


주변의 시선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더 집중하니 나를 탐구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고, 그것을 글쓰기 또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러면서 나에게 부여된 작은 영향력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나눌 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지난 20년 동안 느껴왔던 시간의 흐름이 사건 중심이고 그래서 굵직굵직하게 흘러왔다면 40대에 접어든 이후 사건보다는 의미와 감정 중심이 되었다. 하나 둘 세상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배웅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고, 그래서 매일 거저 주어지는듯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건강에 진심이 되고, 배움의 기회가 소중해졌으며 필요에 따라 선택한 공부는 즐거움을 넘어 몰입감을 준다. 하루 24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때가 많고, 지금의 이 기억과 기분 그대로 20대로 돌아가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후회가 밀려올 때도 있다. 그 덕분에 앞으로 60이 되어 똑같은 소리 하고 있기가 싫어 오늘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내적 동기부여를 받는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에 불평불만을 토로하기보다 그냥 내가 가진 것들과 누릴 수 있는 현재의 삶에 소중함을 느낄 줄 알게 되었고, 하루를 밀도 있게 살아가기 위해 애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고작 10시 몇 분을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웃기는 소리인 줄 알지만, 나는 40대가 되면 늙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40대가 되어보니 늙는 것은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방치해 둔 몸도 하나 둘 삐걱대기 시작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에 이제라도 다시 힘을 내어본다. 


마흔이 내게 주는 가르침은 내가 나를 어떤 문장으로, 어떤 단어로 정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생각의 뿌리가 깊지 않아 나부끼는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막연하게 정의하면 정말 막연해져 나 자신이 흐릿해진다. 그래서 명료하게 나를 정의해야만 한다. 하다못해 인생시계라도 들이대보니 지금 내가 골골대는 소리 할 때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무엇으로든 나를 다르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간다 마사노리도 그의 저서 <비상식적 성공법칙>에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중요성과 실질적인 결과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듯이, 우리는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르는지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매우 커진다. 그러니 스스로를 다시 한번 정의해 보자. 아직 설을 앞두고 있는 지금, 각자의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정리해 보는 시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 감정을 읽는다는 게 꼭 좋은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