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고민 중인 사회 초년생들에게 한 말씀 올립니다.
먼저 한 가지 밝혀두겠다. '퇴사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내가 스스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타이틀은 감사하게도 2021년 말, 브런치팀이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나름 나이를 먹으니 단골 질문이 있다. 만약 20년 전 나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만약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 질문의 공통점은 결국 먼저 살아본 사람의 말을 통해 스스로의 삶에 안정을 얻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삶을 앞서 살았다는 것은 결국 헛발질의 세월도 앞서 있다는 소리니까.
퇴사를 하고 지난 시간을 여러 차례 돌아봤다. 내 선택에 대한 셀프 피드백도 수차례 해봤다. 나의 일은 적성에 맞는 일이었던가 하는 질문도 던져 보았다. 사실 직장에서 5년 차 미만의 사원이 퇴사 및 이직을 결정할 때, 제법 여러 차례 들어본 이유 중 하나가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였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들이 신기할 뿐이었다. 난 5년을 근무해도 이게 딱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는 여전히 확실한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그리고 사업장의 규모 및 체계에 따라 이에 대한 입장은 상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는 그 판단이 충분히 빠를 수도 있고 또 어떤 누군가는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을 수도 있다. 난 후자에 속했을 뿐이다. 단지 그냥 주어진 일에, 시간에 성실히 임했을 뿐이다. 적어도 욕은 먹기 싫었으니까. 그리고 또 내 인생의 젊은 날이 소중했으니까.
그럼에도, 지나치게 일찍 판단을 내리고 퇴사를 단행하거나 또는 퇴사를 각오한 뒤 스스로 아웃 사이더가 되어 퇴직금만 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은 지양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적성에 맞는 일을 일찌감치 시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속해 보면 적성조차 무색하게 만들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 근무지 환경, 조직 문화, 리더십, 속해 있는 시장의 크기, 사업의 확장성, 개인의 성장 가능성, 급여 수준, 사내 복지 수준 등.
적성이 아무리 딱 들어맞아도 이 많은 것들이 현격히 모자라면 역시 떠날 확률이 높다. 물론 적성이라도 맞음 최소 얼마간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 자신의 적성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성공한 사람들 또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종종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그냥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나는 오히려 이것이 더 보통의 삶에 근접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적성에 맞는 일 찾아 삼만리 구만리를 더 가기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업무는 회사 밖에서 보는 것과 꾀나 상이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않음 알 수 없는 일들이 태반이 넘는다. 여러 가지 일과 다양한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나의 진짜 적성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빠르게 시작해보는 것이 오히려 좋다.
최근 발표되었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20-30 사장님의 숫자가 전년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한다. 아주 환영할 일이다. 20-30을 그저 취준생으로만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40대가 되어 도아보니 차라리 빨리 겪어보면 좋았을 실패의 순간들이 너무 많다. 실패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을 난 이제야 알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젊은 나이에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저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만약 이제 겨우 사계절을 보내 보았을 뿐인데 적성에 맞네 안 맞네 하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직전이라면 부디 생각을 고쳐먹길 바란다. 때로는 깨질 때까지 세게 부딪혀봐야 내가 진짜 깨지는지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현실의 벽을 마주해봐야 비로소 풀어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인생이다.
이러한 시간의 누적이 있어야 비로소 적성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게 되지 않을까.
막상 직장 타이틀 떼고 홀로 서보니 출근길 서늘한 바람은 살기를 가득 담은 칼바람이 되어 매일을 옥죈다. 그러니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오히려 견뎌보자. 직장만큼 견디는 힘을 기르기에 최적화된 곳은 또 없을 것이다. 적어도 월급은 받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