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담은 글쓰기
오늘은 무엇을 쓸까. 글을 쓰기 전에 꽤나 긴 시간 이 질문을 곱씹는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일상의 많은 것들이 소재로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정작 실제로 노트북을 펴고 글쓰기 버튼을 누른 다음부터는 쉽지 않은 채움의 시간이 시작된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적어 내려 가는 생각들, 마음의 소리들이 어떤 날은 마음에 들어 뿌듯함이 밀려오지만 많은 날은 그냥 '오늘도 하나 해치웠다!'는 마음이 더 큰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또 무엇을 쓸까...
나는 글쓰기를 시작할 때 내 몸의 감각을 총동원하는 편이다. 먼저 청각. 그때그때 다르지만 음악을 항상 틀어놓는다. 집에서 조용한 가운데 글쓰기를 할 때는 가사가 없는 재즈곡을 주로 플레이한다. 음악을 선곡할 때는 그날의 감정선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지만 대체로 너무 빠른 곡보다는 보통에서 약간 빠른 정도를 선호한다. 물론 감정이 푹 꺼진 날에는 아주 다크 한 분위기의 음악을 BGM으로 깔아 두는 경우도 있다.
재즈 연주곡이라도 어떤 것이나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와 같이 쓰기와 읽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작업을 할 때는 날카로운 소리를 지양한다. 즉, 기타 소리나 색소폰, 트럼펫과 같은 관악기가 등장하는 연주곡은 넘겨버린다. 카페라이팅을 할 때는 공간 자체에 이미 일정량 이상의 소음이 가득하기에 내 귀에 흘러나오는 음악의 역할은 오히려 외부 소음을 차단시켜 주는 역할에 중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틀어놓는 음악보다는 더 빠른 템포나 리드미컬한 곡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은 록이나 메탈 음악을 플레이할 때도 많다.
청각을 잘 활용하면 백색소음을 느끼듯 순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물론 그로 인해 주의가 분산될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을 땐 음악 선곡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거다 싶으면 멈춰야 한다.
다음은 후각. 후각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예민한 편이긴 하다. 마음 같으면 집에 인센스를 켜두고 싶지만 아내가 반대하니 그건 좀 아쉽다. 오늘 방 안을 채우는 향기는 시나몬향이다. 집에 있는 시나몬 티를 한 잔 내려 방 안으로 들고 오니 진하지 않은 달큼한 향이 감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 집에서는 주로 어떤 향기가 날까. 내가 느끼는 건 주로 커피 향이었던 것 같다. 매일같이 커피를 내려 마시다 보니 낮에는 주로 커피 향이 집 안 곳곳에 배어있는 듯하다.
좋은 향은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마음이 안정되니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집중력이 높아지니 글쓰기가 한 결 수월해진다. 좋은 향은 오래 남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도 오래 남는다. 아직 좋은 글을 써낼 재간은 없지만 좋은 향과 함께 글쓰기를 했다는 기분 좋은 마음이 이 아침에 선물로 다가온다.
다음은 시각이다. 글을 쓸 때야 주로 화면을 바라봐야 하니 시각에 특별히 민감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조명이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전구색을 좋아하다 보니 집에서는 늘 탁상용 스탠드를 켜놓는다. 방 안에는 딱 세 가지 불 빛만 남겨둔다. 전구색 스탠드, 조도가 낮은 탁상용 LED등, 그리고 모니터 화면.
빛은 공간을 분리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무대 위의 핀 조명처럼, 글을 쓰는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으로 어질러진 공간을 정돈시켜 주면 한 결 집중하기에 편하다. 집에서와 달리 카페에서 작업을 할 때는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 자연광이 스미는 자리가 좋기 때문이다. 조명이 아닌 햇빛이 주는 포근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오늘도 이렇게 나의 취향을 담은 것들을 곁에 두고 글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본다. 글쓰기는 이제 그 1순위에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또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더해주고 싶어 진다. 그래서 늘 공간을 꿈꾼다. 취향을 담은 공간. 그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라본다.
요즘 시대는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돈을 벌며 살아가는 시대인 듯하다. 물론 여전히 다수는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듯 하지만. 그러나 적어도 글쓰기라는 좋아하는 일을 찾은 지금,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거대한 의미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출근길도 좋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는데. 생각만 달리하면.
공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그런 공간이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 당장은 어려운 일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 향기, 조명으로 나의 작은 공간을 채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한 오늘, 감사와 행복감으로 나를 채울 수 있어서 좋다. 그런 나를 글 속에 담아둘 수 있는 매일의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오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