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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제일 먼저 해봐야 할 경험.

내가 이걸 진작 알았어야 됐어!

by 알레

살다 보면 가끔 대가에게 길을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지 그분이라면 나를 기나긴 방황에서 꺼내줄 묘안을 제시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통 대가들은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하...


인생 40년 쫌 넘게 살아보니 이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답은 스스로 찾아야 된다'라는 것. 지극히 당연하고 너무나 뻔한 이 답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40년 세월이 흘렀다. 누군가에게 답을 구하는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할까. 매일같이 고민을 해봐도,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야 오죽할까. 그런데도 애석하지만 내 답은 내가 내야 하는 게 인생의 숙제다.


퇴사를 고민할 때를 돌아보면, 아주 소수이지만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내 판단이 옳은 것인지 조금이라도 신중을 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분이 이런 말을 해줬다. 현실은 누가 봐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여기에서 계속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돈벌이가 없어 현실이 위축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부부가 감당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나에겐 이 말이 조금은 결정적인 한 마디가 되었다. 그 덕에 지금도 다시 돌아갈 마음은 조금도 없다.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해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퇴사하고 나왔더니 거대한 자유와 퇴직금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착각에 취해 내심 든든함을 느꼈다. 사실 조금만 셈이 빠른 사람이라면, 아니 셈이 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든든함을 느껴서는 안 될 액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말 그대로 취해 있었다. 더욱이 제주 한 달 살이를 떠났으니. 그리고 그때만 해도 뭐라도 빠르게 시작할 줄 알았으니까.


지식창업 론칭 클래스부터, 내 콘텐츠의 주제를 찾는 방법, 블로그 운영 방법, 인스타그램으로 퍼스널 브랜딩 하는 방법 등 여러 강의를 들었다. 준비가 철저할수록 더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가장 큰 오산이었다. '준비가 철저할수록'이라는 말에는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아마 한 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건너지 않는 사람'에 대해. 그렇다.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다 보니 끝이 나지 않도록 준비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일단 던져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을 해줬지만, 나는 이미 '준비 지옥'에 빠져 있었다. '아직 부족해서', '아직 좀 더 준비해 볼까?' '아직은 콘텐츠 주제가 모호한데?' 등. 커다란 성취를 꿈꾸면서 거기에 이르기 위한 작은 성공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덕에 돌고 돌고 돌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제목이야 뭐라도 있을 것처럼 적어 보았지만, '퇴사 후 제일 먼저 해봐야 할 경험'에 대해 결국 말하고 싶은 건 딴 한 가지다. 빠르게 실패하라! 책 제목 그대로, 우린 빠르게 실패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제로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먼저, 그 일을 얼마나 망치게 될지 생각해 보라



역설적이지만 음식을 망쳐봐야 망치지 않는 법을 알게 된다. 쓰레기라 불리는 초고를 계속 써 봐야 제대로 쓰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새끼 독수리가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저들이 겪는 일은 바로 '하강'이다. 떨어지는 시간 동안 날아오르기 위해 날갯짓을 해보지만 택도 없음을 느낀다. 그러다 제 힘으로 날아오르는 방법을 알게 된다.


퇴사를 한다는 건 결국 내 힘으로 즐겁게 날아오르고 싶어서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떨어지는 시간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그 정도와 깊이는 각자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의 결론은? 퇴사 후 제일 먼저 해봐야 할 경험은 바로 <실패>다.

이를 통해 잘, 그리고 안전하게 깨지는 법과 이를 딛고 다시 올라서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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