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쓰는 게 어렵다?

덜어내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by 알레

오랜만에 500자 자기소개를 적어보았다. 매번 최소 1,000자 이상의 글을 쓰다 보니 길게 쓰는 건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말을 늘리는 거야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덧붙이고 또 덧붙이면 그만이다. 물론 잘 쓰인 문장으로 길게 쓰는 거야 어렵겠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니 어쨌든 길게 쓰는 게 편해졌다.


500자 글쓰기는 언제 써봤던가. 보통 취업 준비를 할 때 써봤던 짧은 글쓰기. 인스타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500자 안에 기승전결을 담아내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살아온 세월이 쌓인 만큼 하고 싶은 말도 많다. 나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을 잡아 핵심을 적어낸다는 것은 덜어내기 위해 쥐어짜 내는 고통이 수반된다.


덜어내기 위해서 계속 읽는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읊조리며, 단어 하나, 조사 하나까지도 줄이고 교체하기를 반복한다. 아뿔싸. 손을 댈수록 점점 흐름이 낯설다. 다시 깊은 고민의 시간에 빠진다. 어색한 부분을 찾아 또 읽고 읊조리며 지웠다 쓰기를 반복한다. 그제야 그나마 봐줄 만한 문장이 하나 완성된다. 내내 이 과정을 반복하니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겨우 499자로 맞추고 쓰기를 멈췄다.


짧은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다 꺼내 보이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모두 '나'에 대한 이야기지만 내 안에 존재하는 페르소나마다 꺼내고 싶은 이야기의 방향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차라리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그나마 좀 낫다. 결국 모두 '나'이기에 쓰다 보면 페르소나가 혼재된다. 퇴고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분리시켜 떼어내다 보면 글이 빈약해진다. 빈약해진 자리에 다시 맥락에 맞는 이야기를 채운다.


다 쓰고 나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보이고자 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게끔 썼는지 점점 더 헷갈린다. 더는 보이지 않아 지인에게 조심스럽게 피드백을 요청했다. 점잖은 피드백을 받았다. 요점은 좀 더 스토리 텔링에 입각해서 글을 재배열해 보라는 것이었다. 와, 이것도 쥐어짜며 쓴 건데...


나름의 퇴고를 마친 글을 또 수정하려니 그냥 새로 쓰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썼다. 위의 과정을 또 반복하여 다시 한 편의 자기소개 글을 썼다. 그리고 다시 한번 피드백을 요청했다.


짧은 글을 쓰는 게 이렇게나 어려웠나 싶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짧은 글만 쓰던 사람에겐 긴 글을 쓰는 게 어려울 텐데, 대체로 긴 글만 쓰는 나에게 짧은 글 한 편을 쓰기까지 평소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문제는 그러고도 개운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끔은 짧은 글 쓰기도 연습해 봐야겠다. 핵심을 담은 짧은 글쓰기로 생각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어쩌면 주절거리는 말들 속에 오히려 핵심이 감춰졌던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짧게 쓰기를 위해서 필요한 건?


1. 한 가지 주제만 생각하기.

2. 한 가지 페르소나만 꺼내기.

3. 페르소나에 적합한 키워드 중심으로 본질을 나타내는 글을 쓰기.

4. 일단 쓰고 덜어내기.

5. 인내심을 갖고 고뇌하기.


결론은 긴 글이나 짧은 글이나 쉬운 건 없다. 무엇에 익숙해져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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