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를 알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Apr 06. 2023

오늘은 비가 와서 그냥 쉽니다.

근데 나 쉬는 거 맞나?

어제 오랜만에 봄비가 세상을 촉촉하게 적셨다. 그 덕에 오늘 아침도 흐리고 내내 쌀쌀하다. 평소 같음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돌아왔을 아침을 그냥 가만히 누워서 보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와 간단히 빵과 커피를 먹고 책을 꺼내 읽었다. 평소 읽고 있던 책이 속도가 나지 않아 오늘은 맘 잡고 독서부터 했다. 흐린 날엔 에너지가 내려간다. 기분이 잔잔해지거나 가라앉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나 쉬고 있는 거 맞나?'


아이는 어린이집에, 아내는 출근하여 마침 혼자 남은 오늘. 친구가 뭐 할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답을 했다. '글 쓰고, 책 보고, 콘텐츠 찾아보고, 돈 벌 궁리하고...' 흠. 이쯤에서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나 쉬는 방법은 알고 있는 건가?'


결국 오늘도 루틴을 반복한다.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마음가짐이다. 같은 행동도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야 돼'라는 마음으로 할 때와 '오늘은 쉬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할 때는 느낌이 다르다. 행동에 대한 부담도 없고 빨리 끝내고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조급함도 없다.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니 몰입도도 높아지고 오히려 생산성도 높아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게 힘을 빼고 산다는 것일까?' 


시간은 늘 정해져 있고 해야 할 일은 늘어놓는 순간 계속 더해지는 게 인생이다. 직장인들에게 업무의 끝은 퇴사하는 날이듯이 퇴사자에게 하루를 생산적으로 살기 위해, 그리고 자기 계발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영원히 안 하겠다고 마음먹고 던져 버리는 날까지 계속된다. 


불타는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붓는 삶을 갈망했지만 지금은 그냥 흐름에 맡기는 삶을 지향한다. 바다거북이 물의 흐름을 타듯, 새들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듯 마음의 바람을 타고 가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잔뜩 힘주고 살아본 지난날에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힘을 주었던 시간만큼 그 자리에 남겨진 미련도 컸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나의 호기심의 불을 켜보기로 했다. 남의 말 말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아가기로 했다. 남을 쳐다보니 자꾸 속도에 집중하게 되어 오히려 내가 조급해진다. 어차피 내 인생의 모토가 '나를 찾아 다 쓰고 가는 것'이지 않던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다른 소리들은 차단하는 게 좋다.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으니 진짜 쉬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근데 뭐 하면서 쉴까를 생각하면 자꾸 '강의를 들을까?', '유튜브에서 불렛저널 셋업하는 것을 찾아볼까?', '유튜브에서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만 떠오른다. 이쯤 되니 그냥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자'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 듯하다. 


진짜 잘 쉬는 분이 있음 방법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쉬는 방법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내게 말씀하시는 메시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