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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pr 14. 2023

냉장고 신이시여!

Oh DIOS Mío!

이번 팀라이트 매거진 주제는 <냉장고>다. 냉장고. 냉장고. 아무리 단어를 되뇌어봐도 떠오르는 추억 하나 이야깃거리 하나가 없다. 위기다. 여태 글을 쓰면서 이 정도로 백지상태인 적은 잘 없었는데. 뭐라도 찾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냉장고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눈에 딱 들어온 한 단어! 


DIOS


DIOS는 스페인어로 GOD을 의미한다. 영어로 'Oh My GOD'을 스페인어로 하면 'Oh DIOS Mío'라고 쓴다. 아무런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지금. 딱 내 마음속의 외침이 저렇다. 냉장고 신이 있다면 부디 영감을 주시길. 


솔직히 '냉장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인인 알베르토가 냉장고 발음을 했던 장면이다. 이탈리아인에게 어려운 'ㅇ'발음 덕분에 코가 벌렁이며 안면 근육을 다 사용하는 듯 발음하는 모습이 매우 웃기면서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인 중에 아르헨티나 교포 형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형도 유난히 'ㅇ'발음을 잘 구분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용인'과 '영인'의 발음을 구분하지 못했던 그때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냉장고'로 시작해 이탈리아인과 아르헨티나 교포의 발음까지 끄집어내는 중인걸 보면 지금 내가 얼마나 난항을 겪고 있는지 충분히 예상이 될 것이다. 이쯤에서 한 번 더 외쳐본다. 'Oh DIOS Mío'


우리 집 냉장고는 철저하게 아내의 공간이다. 아내가 그렇게 주장한 건 아니고 내가 그렇게 규정지었다. 냉장고에 대해 관심을 끄면서 요리도 하지 않겠다는 이런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조금은 무질서해 보이는 공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주 사용자인 아내에게 양보(?) 한 것이다.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우리 부부 둘 다 냉장고 정리를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칸칸이 구분도 딱히 두지 않는다. 물론 절대적으로 나 개인의 생각이다. 아내는 아내 나름의 정리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라 믿는다. 사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듯해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정리에 꽂힐 때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정리해야지'라는 '생각'에 꽂히는 것이긴 하다.


그럴 때면 생각보다 자주 특정 공간에 대해 언급했나 보다. 어느 순간 아내가 표정으로 '그만 좀 해'라는 메시지를 던지곤 한다. 세월이 거듭되니 그냥 내가 관심을 내려놓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행동으로 옮길 것도 아니고 그저 '생각'에 꽂혀있는 거니 그것으로 누군가가 힘들어지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겠나 싶었다.


뭐 그래도 가끔은 아내에게 '여보, 냉장고를 부탁해' 또는 '냉동실 탐험 좀 해볼까?'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우리 집에 이런 게 있었어?'라는 반응을 끄집어내는 무언가가 나온다. 주로 간식거리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맥주의 안주거리로 먹을만한 것들이긴 하다. 그럴 때면 마치 특식을 먹게 되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냉동실 보물 찾기를 할 때는 절대 '유통기한'을 보지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말아야 한다. 또 다른 한 가지 주의 사항은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안 그럼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참사를 면치 못할 테니 말이다. 생각난 김에 오늘도 아내에게 슬그머니 냉동실 탐험을 제안해 봐야겠다. 혹시 또 금요일 밤의 주린 배를 달래줄 훌륭한 안주거리가 발견될지 누가 알겠나.


내내 고민했던 오늘의 글감 <냉장고>. 아무래도 냉장고 신이 도우셨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는 걸 보니.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엔 냉장고 신이 두 분 계시는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등 뒤에 두 분이 양쪽에서 떡하니 서 계시니 너무 듬직하다. 


덕분에 글쓰기 영감 제대로 받았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냉장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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